코로나 직격탄 자영업, 결국 대출로…1년새 14% 불어나

입력 2021-12-23 12:09
지난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비대위) 정부 방역 대책 반대 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이들이 '어찌 빚만 보이는가' 등의 문구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속에 경제적으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의 현실이 대출 증가로 확인됐다. 지난 1년새 자영업자 대출이 14.2% 늘어난 가운데 2금융권 대출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87조5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시점보다 14.2% 늘었다.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 속도가 전체 가계대출(10.0%)보다 빠르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은 평균 3억5000만원으로, 비(非)자영업자(9000만원)의 4배 규모다.

업종별로는 도소매(12.7%), 숙박음식(11.8%), 여가서비스(20.1%) 등 대면서비스 부문의 대출 증가율이 높았다. 코로나 19 영향을 크게 받은 부문의 매출 감소가 그만큼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10월 기준 숙박음식업과 여가서비스업의 생산지수는 코로나19 이전 2019년 12월과 비교해 89.8%, 72.8% 수준이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소득 분위별로도 차이가 보였다. 1분위(17.3%), 2분위(17.4%)에 비해 3분위는 20.4%로 나타나 소득이 낮은 경우의 대출 증가폭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올해 3분기 자영업자 대출액을 보면 은행권 대출은 578조1000억원이고, 비은행권 대출도 309조5000억원에 달한다. 비은행권 대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 19.8%)이 은행 대출 증가율(11.3%)을 크게 웃돌면서 규모가 커진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올해 3분기 현재 0.19%(국내은행 개인사업자 기준)으로 안정권에 있다.

다만 이는 정부의 금융지원 등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당장의 연체율이 낮더라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잠재 위험이 크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자영업자의 가계대출 가운데 부동산담보대출의 비중은 69.3%로, 비자영업자(55.7%)보다 높다. 특히 환금성이 낮은 주택 외 부동산담보대출 비중(19.0%)이 비자영업자(11.7%)의 2.5배에 이른다. 만약 향후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도 취약해진다는 뜻이다.

더구나 자영업자의 대출 중 일시상환대출이 45.6%이며 만기 1년 이내 대출이 70%에 육박(69.8%, 개인사업자 대출 기준)한다. 짧은 시간 내에 상환 부담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대출이 많다는 의미다.

한은은 “코로나19 변이 발생과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관계 당국과 금융기관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취약·고위험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관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내년 3월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끝날 경우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1.3%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원이 유지되는 경우(39.1%)보다 2.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 업종에서 DSR이 오르는데, 특히 여가서비스(52.8%→56.1%, +3.3%p)와 개인서비스(62.2%→65.9%, +3.7%p)의 상승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