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만에 유해로 돌아온 호국영웅…아내 2년전 세상 떠나

입력 2021-12-23 11:12 수정 2021-12-23 13:06
6.25 전사자 중 181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고 박동지 이등상사 최초식별 현장. 국방부 제공

“형님의 유해를 조금 더 빨리 찾았더라면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렸던 형수님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슬프고 목이 멥니다.”

23일 오전 한국전쟁(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해 임야에 묻혀 있던 ‘영웅’ 고(故) 박동지 이등상사가 70여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박 이등상사의 남동생 박희만(69)씨는 형의 유해를 찾았다는 사실에 눈물을 보이며 2년 전 세상을 떠난 형수를 떠올렸다.

고 박동지 이등상사 생전 모습. 국방부 제공

고인의 아내는 혹여나 남편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집 안에 고인의 군복 입은 사진을 걸어놓고 매일 바라보고 기도하면서 평생을 살았다. 그렇게 남편이 돌아오길 오매불망 70여년을 기다리다가 안타깝게도 2019년 92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박 이등상사는 1928년생으로 전북 정읍 일대에서 4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20살에 결혼했다. 박 이등상사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아내를 두고 국가를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70여년이 지난 후에야 유해로 돌아왔다.

고 박동지 이등상사 유품. 국방부 제공

고인은 국군 제1사단 12연대 소속으로 참전해 1950년 7월 수원 북방전투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인의 유해는 9년 전인 2012년 한 시민의 제보를 토대로 수습됐지만, 유전자 분석 기술 등의 한계로 당시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발굴 현장에서는 60㎜ 박격포탄과 수류탄이 함께 발굴됐고, 고인의 좌측 대퇴골 부위의 일부 유해와 전투화 밑창, 버클, M1탄 등 유품이 함께 발견됐다.

이후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전했고, 올해 다시 실시된 검사에서 뒤늦게 박 이등상사의 유해임이 확인됐다. 고인의 신원 확인은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확보 덕에 가능했다. 4남 4녀 중 2남은 2006년 벽제병원에서, 고인의 조카는 2013년 육군 제1사단에서 올해 6월, 8남은 파주 운정 보건소에서 유가족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이날 경기도 파주 동패동에 있는 유가족 자택에서 고인에 대한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거행했다. 국유단은 이날 행사에서 유가족에게 신원확인통지서와 호국영웅 귀환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했다.

2004년 군 당국의 6·25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총 181명의 전사자 신원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올해에만 24명의 신원이 파악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