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부모로 안다” 조부모의 손자 입양, 대법 허가할까

입력 2021-12-23 07:08 수정 2021-12-23 10:26

부모 대신 손자를 길러 온 조부모의 입양을 허가할지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23일 나온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A씨 등 2명이 미성년자 입양허가를 받아들이지 않은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재항고 사건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A씨 등은 2018년 손자인 B군을 입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가정법원에 요청했다. B군의 어머니는 고등학생 때 B군을 출산했으나 곧바로 남편과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군은 생후 7개월 때부터 외조부모인 A씨 부부에게 맡겨졌다.

사실상 A씨 부부가 B군 양육을 전담했으며 B군도 말을 배우기 시작한 때부터는 조부모를 “엄마” “아빠”로 불렀다고 한다.

A씨 등은 B군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면서 법원에 입양 허가를 요청했다. 이들은 B군이 이미 친부모로 생각해 온 자신들이 조부모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 받을 충격이 걱정된다고 전했다. 또 부모 없이 학창생활을 보낼 경우 B군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입양 요청 사유로 들었다. A씨 등에 따르면 B군의 친부모들은 A씨 부부와 B군 등과 만나지 않으며 입양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심은 가족 내부질서와 친족관계에 혼란을 일으킨다며 A씨 부부의 입양 요청을 허가하지 않았다.

민법 867조는 현재 어떤 환경에서 양육되고 있는지, 양부모가 양육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입양하고자 하는 동기는 무엇인지 등을 고려해 미성년자의 행복과 이익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하되 다른 사정이 인정된다면 입양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며 법원에 재량권을 주고 있다.

원심은 A씨 등 조부모가 친부모가 될 경우 B군으로선 자신을 낳은 어머니가 누나가 되는 등 가족질서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된다며 입양 불허 사유를 밝혔다. 굳이 입양을 하지 않더라도 A씨 부부가 B군의 후견인이 돼 양육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A씨 부부는 이에 다시 상고했고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올려 조부모의 손주 입양 허용 여부에 대해 심리했다. 2011년 외손녀에 대한 친양자 입양을 불허한 대법원 판례가 있는 상황이다.

전합은 무엇이 B군의 복리를 위한 길인지 판단해 입양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부모가 사실상 부모처럼 손자를 길러온 만큼 앞으로도 조부모의 친자녀로 양육되는 것이 B군의 복리에 부합하다고 보면 입양을 허가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가족질서 안정성을 유지하고 친족관계를 해치면 안 된다는 점에 더 초점을 맞추면 입양은 불허될 것으로 보인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