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2일(현지시간)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 알약의 가정 내 사용을 최초로 승인했다. 이번 승인은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외신들은 평가했다.
화이자 가정용 치료약 이름은 ‘팍스로비드’다. FDA는 코로나19 감염 시 입원 위험이 큰 고위험군 성인과 노인 환자, 12세 이상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이 알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몸무게는 40㎏ 이상이어야 하고,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증상이 나타난 직후 5일 동안 12시간마다 복용하면 된다. 화이자는 알약이 바이러스의 체내 복제를 막는 방식으로 중증 위험도를 낮춘다고 설명했다.
임상실험에서 알약은 중증 질환 위험이 큰 코로나 환자의 입원과 사망을 예방하는데 90% 효과를 나타냈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도 효능이 유지됐다.
FDA는 “새 변이(오미크론)가 출현한 중대한 시기 코로나에 맞서 싸울 새로운 도구”라며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는 고위험군 환자들이 더 쉽게 항바이러스 치료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미국에서 즉시 ‘팍스로비드’를 납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용한 팍스로비드는 18만 코스(1코스당 30알)이고, 미국에는 6만∼7만 코스가 배정됐다. 화이자는 내년도 생산 물량을 1억2000만 코스로 상향 조정했다. 코스당 가격은 530달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FDA의 경구 치료제 승인은 오미크론 신종 변이에 맞서 입원율과 사망률을 낮출 중요한 치료책”이라며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해 1000만 회 분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내년 1월에만 25만 회분 확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화이자가 치료제를 가능한 한 빨리 생산하도록 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공급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국방물자생산법(DPA)의 사용도 포함하겠다”고 했다.
이번 경구용 치료 알약의 승인은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현재 성인 4000만 명가량이 백신을 한 차례도 접종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가정용 치료 알약은 중증환자 둔화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CNN은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가 확진자 수 대신 중증 환자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응 초점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델타, 오미크론 등 전염성이 강한 새 변이가 계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부스터샷을 포함한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대신 중증 환자 관리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팬데믹 장기화로 탈진 상태인 병원에도 도움이 되는 조치다.
다만, 일각에선 증상이 나타나면 5일 안에 의사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해야 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이 빠르게 퍼지는 가운데 전염병 퇴치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