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자신과 조수진 최고위원 사이 갈등을 ‘민주주의’에 빗댄 윤석열 대선후보 발언에 불쾌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 대표는 22일 밤 CBS 라디오에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사퇴 회견 전후로 윤 후보와의 직접 소통이 있었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윤 후보가) 민주주의 발언을 했을 때 굉장히 당황했다”며 “(조 최고위원과의 갈등) 상황이 전달이 제대로 됐다면 이게 민주주의 영역에서 평가받을 건 아닐 텐데,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10초 정도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일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의혹 관련 대응을 논의하던 중 공보단의 부실 운영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선대위 공보단장이었던 조 최고위원이 “나는 후보 말만 따른다”는 취지로 반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과의 갈등이)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다. 굉장히 부적절한 일들이 많았다”고 했다. 다만 “최고위원 회의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 옹졸한 사람이 된다”며 구체적인 사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갈등의 단초가 된 ‘김건희 공세’ 대응 전략에 관해 “사과할 것은 하고, 과도한 공격이 들어온 것은 방어하자는 게 일관된 저의 입장이었다”며 “(선대위 회의를 통해) 이렇게 하기로 정하면 이대로 가면 되는데, 논의 자체를 못 하게 하면 대전략 없이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의 당시 상황에 대해선 “너무 명쾌했다. 이 자리에 그냥 있으면 회의 때마다 이런저런 일로 (조 최고위원은) 들이받고, 저는 성격상 언젠가 못 참았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이 맡았던 공보단장 역할을 ‘비둘기’로 비유하며 “비둘기가 마음대로 메시지를 변조한 것이라면, 비둘기가 중간에 장난을 친 것이라면 그 비둘기를 잘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가 이 대표의 불쾌함에 공감을 안 하는 것 같다’는 지적에는 “‘울산 합의’ 당시 윤 후보가 선언한 것 중 하나가 선대위의 자율적인 운영이나 전결권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실제로 딱 한 번 테스트대에 오르니까 보장을 안 했다”고 말했다.
향후 역할에 대해서는 “당무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후보가 구체적으로 ‘여기 같이 가자’ 하면 갈 것이지만, 이제 능동적으로 선거활동 기획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후보의 ‘직접 요청’이 있는 경우를 전제로, 당대표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