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만난 학생들 “방역패스, 사실상 강제 아닌가요”

입력 2021-12-22 20:18 수정 2021-12-22 20:22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2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학생과 함께하는 백신접종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2일 온라인으로 12~17세 초·중·고 학생들을 만나 코로나19 백신 접종 참여를 요청했다. 학생들은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우려와 청소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오후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백신 접종 연령대인 12~17세에 해당하는 초6~고2 학생 30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간담회에는 이현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교수 등 전문가도 참여했다.

경북의 한 고등학생은 간담회에서 “방역패스 때문에 예방접종을 예약한 학생들이 점차 늘기는 하지만 학생·학부모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내년 2월 1일부터 청소년 방역패스에 도서관, 학원 등에 적용하는 것은 학생·학부모 혼란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을 포함하면 접종을 택할 수 밖에 없고, 사실상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경남의 한 중학생은 “건강상 문제로 불가피하게 못받는 학생은 방역패스 도입 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더 많은데 왜 학원에만 방역패스를 적용하느냐”는 중학생의 질문도 나왔다.

서울의 한 초등학생은 “백신 접종을 하면 특히 부작용이 무섭다”고 토로했다. 부산의 한 중학생은 “백신 부작용을 우려해 우리나라 청소년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다. 과학적 사실이나 정보공개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해 달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에 대한 생각’을 묻는 설문조사에선 30명 중 가장 많은 19명이 ‘필요한 것 같은데 접종은 고민된다’고 답했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학생은 10명이었다.

‘백신 접종이 걱정된다면 가장 큰 이유’를 묻는 말에는 가장 많은 학생 25명이 ‘이상 반응이 걱정됨’이라고 응답했다. ‘학생 백신 접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에도 가장 많은 18명이 ‘이상 반응에 대한 지원 정책’이라고 답할 만큼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 부총리는 이에 대해 “청소년 백신 이상 반응 신고율은 0.28%인데 성인은 0.37%로 청소년이 성인보다 낮고 12∼17세 중에서도 연령이 낮아질수록 이상 반응 신고율은 더 낮다”며 “청소년들이 신고한 이상 반응 중 98%가 두통이나 발열, 주사 부위 통증 등 경증이며 소수 중증 반응 중 특이 부작용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 접종에 대해 정확하게 정보를 드리고 세계 추세나 이상 반응 데이터를 제공해 학생과 부모님이 정확하게 판단하고 백신 접종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방역 패스에 대한 반발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더 안전하게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현장 관계자 의견을 수렴, 청소년 방역 패스 적용 시기와 운영 방안은 조정해보려고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이 2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학생과 함께하는 백신접종 온라인 간담회에 참석해 학생들과 영상으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혜숙 교육부 학생지원국장은 학교에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학교는 의무교육기관이자 필수시설이지만 학원은 그렇지 않다”며 “방역패스는 방역 중요도와 기존 확진자들의 경로를 분석해 정한다. 학원은 방역 인력이 부족하고 밀폐된 공간이 많아 환기가 어렵고, 확진되면 여러 학교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교수는 “접종 후 이상반응은 피로감, 발열 등 다양한 증상이 보고됐지만 비교적 짧고 수일간에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며 “아주 일부는 심근염이나 아나필락시스 같은 반응도 나타날 수 있다. 심근염과 같은 중증 이상반응은 (코로나19) 감염 후에도 나타날 수 있고, 접종 후 오히려 드물게 나타났다. 다행히 수일 이내 치료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백신을 통해 면역력 가지면 오미크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방효과가 있고, 적어도 중증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갑 교수는 “12~15세 소아·청소년 2000여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후 안전성 바탕으로 접종 허가가 된 것”이라며 “싱가포르에서는 12~17세 93%, 미국은 12~17세 인구 2500만명 중 절반, 우리나라 고3 40만명 대부분이 접종하는 등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히 나오고 있다. 임상 부족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 맞았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학생들이 코로나19로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고, 대면 활동 축소로 온전한 학교 생활을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면서 “내년 새학기에는 전면 등교로 대면수업을 강화해 학사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방학 기간 학생들이 접종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