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2일 “극빈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무엇인지 모를 뿐 아니라 왜 필요한지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공동체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하지만 저소득층 및 저학력자들을 무시하는 발언처럼 비춰질 수 있어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의당은 “윤 후보가 또 망언 보따리를 풀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전북대에서 열린 대학생들과의 ‘타운홀미팅’ 질의 응답과정에서 이 같이 말했다.
한 대학생은 “국민의힘은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인데 n번방 방지법 등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을 찬성하는 사람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는 개인과 개인이 경쟁할 때 같은 링에 넣고 무자비하게 싸우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는 힘이 센 사람들이 핍박하고 억압할 때 연대해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자유라는 것이 존재하고 자유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어 “극빈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공동체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며 “상당한 정도의 세금을 거둬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교육과 경제의 기초를 만들어주는 것이 자유의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우리 5‧18 민주항쟁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항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는 지구보다 무겁다는 자연법 정신에 입각하지 않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n번방 방지법에 대해서는 “온라인 공간의 성착취가 근절돼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면서도 “대응법을 급속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디지털, IT 전문가들이 참여를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착취물 스크리닝이 기술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다”며 “그걸 조금 더 제대로 적발할 수 있고 통신의 비밀이 조금 더 보장될 수 있도록 연구를 해서 손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n번방 방지법을 폐기하거나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의당·민주당 “尹, 망언 반복” 맹공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오현주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헌법 12조에서 22조까지 보장된 자유권은 가장 오래된 천부인권이라 불리는 권리로 경제적 상황과 교육 정도에 상관없이 누구나 온몸으로 느끼고 행사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는 아마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필요하다는 좋은 의도였다며 말꼬리 잡는다고 또 언론 탓을 할 것”이라며 “하지만 늘 일부 국민들을 깎아내리는 모습에서 윤 후보의 천박한 인식만 확인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오 대변인은 “윤 후보가 몇 번을 똑같은 방식으로 망언을 반복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라며 “국민의힘은 선거운동 이전에 부디 자당 후보의 인권과 차별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부터 점검하길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김우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가난하고 못 배우면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없고 자유롭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냐. 놀라움을 넘어 과연 이런 발언을 한 대통령 후보가 있었나 싶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국민을 빈부로 나누고, 학력으로 갈라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윤 후보의 인식이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이런 인식을 할 정도니 국민을 무시하는 ‘개 사과’나 부인 문제에 대한 ‘억지 사과’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해당 발언과 관련해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그분들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분들을 도와드려야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어 “정말 끼니를 걱정해야 하고 사는 게 힘들면 그런 걸 느낄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자유인들이 서로 연대해서 그분들에게 좀 더 나은 경제 여건을 보장되게 하고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