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전력 숨긴 군인, 대법 “신고 의무 없어… 징계 부당”

입력 2021-12-22 17:13 수정 2021-12-22 19:03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국민일보DB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데도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복종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육군 부사관이 “징계가 부당하다”며 지휘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해당 부사관이 징계처분의 근거인 ‘육군지시 신고조항’을 따라야 하는 진급심사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신고 의무도 없었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육군 부사관으로 근무하던 A씨가 직속 지휘관인 제1군단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2월 음주운전에 적발된 후 군인 신분을 숨긴 채 수사를 받다 그해 4월 대전지법에서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씨는 당시 지휘관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원이 국방부 기관운영 감사에서 A씨의 형사처분 사실을 인지하고 2019년 11월 육군에 통보했다. 육군은 그해 12월 “육군규정 보고조항과 육군지시 신고조항을 모두 위반했다”며 A씨에게 지시 불이행으로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2심은 A씨에 대한 징계처분이 옳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민간 사법기관에서 형사처분을 받으면 그에 대한 보고의무가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 사건 처분 전까지 4년 이상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보고의무 불이행으로 초래됐을 것으로 예상하는 인사 및 상여상의 불균형 등을 고려하면 A씨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당시 재판부는 또 “인사관리의 형평성, 공정성 및 신뢰성을 제고하려는 등의 공익이 A씨가 이 사건 처분으로 입게 되는 불이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2심도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육군지시’에 따라야 하는 진급심사 대상자가 아니어서 징계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육군 지시 신고 조항의 취지는 진급 심사권자가 파악하기 어려운 민간법원 처벌전력을 진급심사 대상자가 신고하도록 해 군사법원 처벌전력이 있는 다른 진급심사 대상자들과의 형평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 있다”며 “신고 의무자도 ‘진급 선발 대상자’로 정하고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어 “이 사건 신고조항은 원사 진급심사 대상자를 ‘2013년 12월 31일 이전에 상사로 진급한 자’로 정하고 있는데, A씨는 2016년 8월 1일 중사에서 상사로 진급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A씨를 이 신고 조항의 수범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육군지시 신고조항의 수범자가 아니라는 A씨 주장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채 A씨를 수범자로 전제하고 A씨가 위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