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평 세트장’서 달 완벽 구현한 ‘고요의 바다’… K드라마 ‘아성’ 이을까

입력 2021-12-22 16:36

국내 최초로 달을 소재로 한 SF 미스터리 스릴러 ‘고요의 바다’가 오는 2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지옥’으로 이어진 K드라마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K드라마는 올 한해 스릴러, 액션, 호러, SF까지 장르의 저변을 넓히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외신들은 벌써 12월에 꼭 봐야 할 드라마 중 하나로 이 작품을 꼽았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에서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파견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 ‘발해기지’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임무만 완수하고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대원들은 기지에서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 2월 공개된 ‘승리호’가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반면 ‘고요의 바다’는 낯선 영역인 달을 배경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작품은 최항용 감독이 2014년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내놓은 단편 영화를 시리즈화한 것이다. 최 감독은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때만 해도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많았는데 달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잘 없었다.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깝지만 의외로 아는 정보가 별로 없었다”며 “그런 점에 매력을 느껴서 달을 배경으로 했다”고 밝혔다.

단편 영화는 발해기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집중했으나 넷플릭스 시리즈는 자원이 부족해진 근미래 지구에서 사람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반영했다. 최 감독은 “대원들의 생존 이야기만 아니라 지구의 이야기로 확장시켜서 더 큰 의미와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려 했다”고 부연했다.


CG에만 의존하지 않고 촬영장에서 달을 구현해내는 건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최 감독은 “달과 지구의 환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점을 구현하는 것이 어려운 도전이었다”며 “달에는 바람이 없기 때문에 옷깃이나 머리카락이 날리는 일도 없고, 그런 부분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배우들도 어려움이 많았다. 우주 생물학자 송지안 역을 맡은 배두나는 “헬멧, 가방, 산소 호흡기를 빼고 우주복 자체의 무게만 재봤는데 8.5㎏이었다. 우주복을 완전히 장착하는 순간 굉장히 몰입할 수 있었다”며 “처음에는 폐쇄공포를 느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나로11호 우주선에서 떨어져 나온 착륙선이 불시착하다는 설정으로 인해 배우들은 거꾸로 매달린 채 연기를 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좌석이나 기내 모든 부착물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려고 신경 썼다.


대규모 연구기지와 달을 구현하다 보니 촬영 세트의 규모는 2700평(약 8925㎡)에 달했다. 이는 스튜디오 5개를 다 합친 크기다. 최 감독은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세트도 있었다”며 “세트를 만들 때 배우가 진짜라고 느끼고 몰입할 수 있도록 질감, 무게 등 디테일한 부분을 미술감독과 논의해나갔다”고 말했다. 광활한 달의 지형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시각적 특수효과(VFX)와 LED 월(Wall) 등 최신 기술을 활용했다. 이나겸 미술감독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서 위성으로 촬영한 근접 사진을 참고해 실제와 비슷하게 달의 질감을 표현했다.


제작에는 배우 정우성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제작자로 분한 정우성은 열정적으로 현장을 지켰다고 했다. 배우들은 특히 정우성이 빗자루를 든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드라마 설정상 달 표면에는 우주인 발자국만 있어야 했다. 스텝들이 오가면서 지구인의 발자국을 남기자 이를 지우기 위해 그가 직접 빗자루를 들고 나선 것이다. 정우성은 “(발자국을) 빨리 지워야 효율적으로 촬영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달지기’를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넷플릭스에서는 올 하반기 한 달에 한 작품 꼴로 한국 드라마가 공개됐고,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같은 SF물인 ‘승리호’도 흥행했다. 정우성은 ‘오징어 게임’, ‘지옥’ 등 쟁쟁한 작품 뒤에 공개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작품마다 고유의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앞 작품들의 성공에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얼마나 보편적인 사랑을 받느냐의 문제겠지만 막연한 욕심을 쫓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고요의 바다’는 이전 넷플릭스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이 캐스팅되면서 외신의 관심을 받았다. 배두나와 공유는 각각 ‘킹덤’과 ‘오징어 게임’ 등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