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영아 성폭행·살해 20대에 징역 30년…화학적 거세는 기각

입력 2021-12-22 15:19 수정 2021-12-22 15:22
지난 7월 14일 아동학대 살해 및 사체유기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양모씨가 영장 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 둔산경찰서에서 나와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동거녀의 생후 20개월 된 딸을 성폭행하고 잔인하게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20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방법원 제12형사부(부장판사 유석철)는 22일 아동학대 살해 및 미성년자 강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29)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10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 기관 등에 대한 취업 제한, 2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이른바 ‘화학적 거세’라 불리는 성충동 약물치료에 대한 검찰의 청구는 ‘성도착증에 대한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지는 않는다’는 소견에 따라 기각했다.

양씨의 범행이 매우 잔혹했던 만큼 재판부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친딸로 알고 있던 피해자를 이불로 덮어 씌운 뒤 폭행하고, 발을 양 옆으로 잡고 벽에 집어던지는 등 1시간에 걸쳐 폭행해 살해하고 성폭행까지 저질렀다”며 “또 사망한 피해자를 20일간 비닐봉투·아이스박스에 숨긴 채 평소처럼 유흥을 즐겼고, 범행을 은폐하다가 아이의 외할머니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달아났다”고했다.

그러면서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잔혹한 범죄였기에 피고인측에서도 제 정신인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참담함을 느꼈다고 한다”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유사한 피해를 예방하려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양씨가 자신의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으면서 성장한 점,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를 갖고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범행을 했다거나, 피해자의 사망을 적극적으로 희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며 “피고인은 과거 부모의 잦은 음주 및 학대에 노출되는 등 불안정한 상황에서 성장했다. 그 결핍이 폭력적 성향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인정하고 깊이 반생하는 점,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겠다며 잘못을 뉘우치는 점을 감안하면 엄벌이 마땅해도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양씨의 동거녀이자 피해 아동의 생모인 정모(25·여) 씨에게는 징역 1년 6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정씨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아동관련 기관에 대한 5년간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선고 직후 방청에 참여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은 탄식과 함께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재판 종료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정인이에 이어서 ‘치밀한 살해 의도를 갖고 범행을 계획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판사 입에서 또 다시 나왔다”며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할 일은 아니지 않나. 그토록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그것이 감형 이유가 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이를 살해할 때 범행 의도를 갖고 치밀하게 저질러야만 사회에서 격리를 시키는 것인가”라며 “선고도 선고지만 판결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양씨는 지난 6월15일 새벽 만취상태로 귀가해 정씨의 딸이 잠들지 않고 투정을 부린다는 이유로 이불로 덮고 주먹·발로 수십차례 때려 숨지게 만든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숨진 아이의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20여일간 집 화장실에 숨겨뒀다.

양 씨는 정씨의 어머니에게 범행 사실이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그대로 달아났다. 해당 범행이 발생하기 전에는 아이를 성폭행하거나 추행까지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