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경의 조사를 받던 중 숨진 채 발견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유족 측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김 처장이 부서장 직책이었지만 결정권자 없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단순 실무자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숨진 김 처장의 동생 김모씨는 22일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형은 줄곧 ‘실무자로서 일한 것밖에 없다’고 하며 억울해했다”며 “특히 사측이 자신을 중징계하는 것도 모자라 형사고발하고 손해배상청구까지 한다는 얘기를 나에게도 해줬는데 회사의 이런 조치로 충격을 크게 받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김 처장이 숨지기 하루 전 함께 점심을 당시 밥을 떠먹여 줘야 했을 정도로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형이 고인이 된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을 언급했었는데, 그분이 돌아가신 이유를 ‘책임을 질 수 없어서’라고도 했다”며 “공사 측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중징계와 형사고발 등 방법으로) 부서장이었던 형에게 대외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 게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을 겨냥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수사기관의 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검찰과 경찰이 개인 하나를 두고 몇 번씩 참고인 조사하다 보니 형이 현직 실무자로서 중압감을 크게 받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 같다”며 “자세한 조사 내용은 모르지만 수사 기관이 형의 업무 영역이 아닌 것까지 ‘하지 않았냐’는 식의 질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형이 가족을 등지고, 세상을 등졌다는 것은 마음이 아픈 일”이라며 “형은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형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 나라, 이 정권, 모든 것이 원망스럽다”고 울먹였다.
김 처장은 전날인 21일 오후 8시30분쯤 성남도개공 사옥 1층 사무실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성남도개공 직원들이 김 처장 가족들로부터 김 처장과 연락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무실 등을 돌아보다가 그를 발견했다. 경찰은 김 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22일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김 처장은 올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인물이다.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한 핵심 인물이라는 의혹을 받아 검찰과 경찰로부터 여러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