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복 입는 순간 굉장히 (연기에) 몰입이 됐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에서 우주 생물학자인 송지안 역을 맡은 배우 배두나가 22일 온라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촬영 후기를 전했다. 이 드라마는 달을 배경으로 한 SF 장르물로 오는 24일 공개된다. 한국형 SF로서 전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고요의 바다’는 달에서 아폴로호가 착륙했던 지점이다. 달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세트장 규모만 2700평 규모에 달했다.
배두나는 “헬멧, 가방, 산소호흡기를 빼고 우주복 자체의 무게만 재봤는데 8.5㎏이었다. 진짜 달에 와 있는 것 같았고 처음에는 폐쇄 공포처럼 숨을 잘 못 쉬겠더라”고 회상했다. 우주복을 입고 촬영하는 것 자체는 힘들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배우들끼리 더 돈독해질 수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서로 실없는 소리를 하면서 분위기를 좋게 하지 않으면 (힘들어서) 재밌게 찍었다”고 전했다.
이 작품은 최항용 감독이 과거 졸업 작품으로 찍은 단편영화를 시리즈화 한 것이다. 최 감독은 “그때만 해도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많았는데 달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잘 없었다.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깝지만 의외로 아는 정보가 별로 없었다”며 “그런 점에 매력을 느껴서 달을 배경으로 만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편 영화는 달에 있는 기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주로 담았지만 시리즈화하면서 지구의 자원이 부족한 환경이나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며 “대원들의 생존 이야기만 아니라 지구의 이야기로 확장시켜 더 큰 의미와 고민할 거리를 던져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두나는 “(출연 전) 단편 영화를 보고 굉장히 놀랐다. 한정된 자본으로 너무 잘 만든 작품이었다”며 “이분이 만드는 작품이라면 같이 도전해 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감동이었다. 그래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주항공국 최연소 탐사 대장인 한윤재 역을 연기한 배우 공유는 “개인적으로 장르물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난 다음 ‘유레카’라고 했다”며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총괄제작 프로듀서로 배우 정우성이 함께했다. 출연진은 제작자로 분한 정우성이 열정적으로 현장을 지켰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정우성이 빗자루를 든 모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우성은 “달 표면에는 우주인 발자국만 있어야 했기 때문에 세트장에서 달 표면에 찍힌 지구인들의 발자국을 지워야 했다”며 “스텝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남은 지구인 발자국을 빨리 지워야 효율적으로 촬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달지기’를 했다”고 말했다.
‘고요의 바다’는 대규모 기지와 달을 구현하다 보니 세트장의 규모가 컸다. 촬영에 사용한 5개의 스튜디오를 다 합치면 2700평에 달했다. 최 감독은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세트도 있었다”며 “세트를 만들 때 배우가 진짜라고 느끼고 몰입할 수 있도록 질감, 무게 등 디테일한 부분도 미술감독과 논의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