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임호대 일병은 국군 제6사단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춘천-화천 진격전(1950년 10월 4~8일) 전투 중 강원 화천 서오지리 279고지에서 전사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010년 5월 발굴한 전사자 신원이 임 일병으로 확인됐다고 지난달 밝혔다. 육군은 22일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임 일병 등 13명에 대한 합동 안장식을 거행했다.
임 일병이 전사했던 춘천-화천 진격전은 중부지역의 38도선 진격 작전이었다. 국군이 낙동강 방어선인 영천에서부터 춘천-화천을 거쳐 북진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전투다.
임 일병은 1924년 3월 14일 경남 김해군 주촌면 일대에서 3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농업에 종사하던 중 26살 때 배우자를 만나 혼인했다. 임 일병에게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안 된 딸이 있었다.
임 일병의 유해는 집단 유해가 혼재된 상태로 발굴됐다. 유해 1구의 유전자 분석 결과 임 일병 딸의 유전자 시료와 친자 관계가 확인됐다. 당시 고인의 딸 임형덕(72)씨는 “아버지의 위패가 현충원에 모셔져 있다는 자체로 체념하고 살았는데 유해를 찾았다고 하니 꿈에도 생각 못 했던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거행된 안장식에서 임 일병을 비롯해 황부연 이등중사, 노승한 일병, 이상하·박부근 이등상사는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김석주·정환조·송병선·정창수·김시태 일병, 고병수·임석호·장채호 하사는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김석주·정환조 일병은 6·25전쟁 당시 미 7사단 32연대 카투사로 참전했다가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했다. 이들의 유해는 함경남도 장진에서 발굴됐다. 북미 합의에 따라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에서 보관됐다가 신원이 확인됐다. 지난 9월 미국 하와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관한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을 통해 71년 만에 대한민국으로 귀환했다.
김석주 일병의 외증손녀 김혜수 육군 소위는 “어려서 전해 듣기만 했던 외증조부께서 대한민국 품에서 영면에 든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며 “숭고한 애국심을 이어받아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고병수 하사는 1931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부친을 여의고 장남으로 생계를 책임지다가 20살에 입대했고 9개월 만에 전사했다.
고 하사의 동생 고병월(86)씨는 “전쟁의 비참함을 안 겪어본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라며 “전사자들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강한 국력이 유지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병선 일병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8사단 소속으로 강원도 횡성지구 전투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정창수 일병은 6사단 소속으로 춘천-화천 진격전에 열여덟 살의 나이로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강원 양구군 백석산 전투에서 전사한 8사단 소속 박부근 이등상사도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박 이등상사의 동생 귀선(82)씨는 “생전에 오빠를 국립묘지에 모시는 것이 소원이었다. 드디어 모실 수 있어 한없이 기쁘기도, 그간 이름 모를 산야에 묻혀 있었다는 생각에 서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조사에서 “육군은 소중한 생명을 바쳐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가족을 지키고 지금의 평화와 번영에 자양분이 된 선배님들의 희생과 애국심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선배님들께서 짊어지셨던 숭고한 사명을 후배들이 당당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현충원 안장식은 남 총장 주관으로. 대전현충원 안장식은 안병석 육군참모차장 주관으로 각각 진행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