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대구로 피난 갔던 국립극장은 1957년에야 서울로 돌아왔다. 하지만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시공관(현 명동예술극장)을 서울시와 공동으로 사용하다가 1961년 11월에야 단독으로 쓰게 됐다. 이에 총공사비 약 1억8000만 환을 들여 내부 시설을 개보수한 뒤 1962년 3월 명동 국립극장의 개관식을 가졌다. 이와 함께 전속단체로 활동해오던 극단 신협과 민극을 재편성해 국립극단이란 이름으로 발족하는 한편 국립오페라단, 국립무용단, 국립국극단(국립창극단의 전신)을 새로 창단했다. 한국무용과 발레의 이원화 체제였던 국립무용단은 1973년 남산에 새로 지은 국립극장으로 옮겨가면서 국립발레단과 국립무용단으로 분리됐다.
2022년은 바로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이 창단 60주년이 되는 해다. 네 단체 가운데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은 2000년 정부의 국립예술단체 효율화 조치에 따라 재단법으로 독립한 후 예술의전당 상주단체로 옮겨갔다. 여전히 국립무용단과 국립창극단의 경우 구미 공연장처럼 가을에 시즌이 시작되는 국립극장의 전속단체여서 아직 60주년 관련 프로그램이 발표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독자적으로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은 60주년을 기념하는 라인업을 공개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창단 60주년을 축하하는 갈라 콘서트 ‘봄을 여는 오페라 갈라 페스티벌’(2월 9~10일·12~13일)을 시작으로 총 6편을 무대에 올린다. 이어 1962년 국립오페라단 창단 기념 작품이었던 작곡가 장일남의 ‘왕자, 호동’(3월 11~12일)을 다시 선보인 뒤 베르디 작곡의 ‘아틸라’(4월 7~10일)와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6월 2~5일)가 국내 초연한다. 그리고 국립오페라단의 인기 레퍼토리인 ‘호프만의 이야기’(9월 29일~10월)와 ‘라 보엠’(12월 1~4일)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특히 국립오페라단은 창단 60주년을 기념한 ‘오페라 어워즈’(3월 12일)를 개최한다. 오페라계 원로들을 포함해 오페라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립오페라단이 걸어온 길을 기념하고 향후 한국오페라가 나아갈 방향을 논하는 화합의 장을 도모한다.
박형식 단장은 “창단 60주년을 맞아 국립오페라단이 국립예술단체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문화예술계를 선도해 전방위적으로 공연문화사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겠다”면서 “종합예술로서 오페라가 지닌 예술적, 인문학적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한 발짝 다가가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발레단은 창단 60주년 작으로 올해 10월 초연해 호평받은 발란신 안무 ‘주얼스’(2월 25∼27일)를 시작으로 클래식 발레부터 컨템포러리 발레까지 10편의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발레단은 내년에 독자 레퍼토리인 송정빈 안무 ‘해적’(4월 20∼24일)과 강효형 안무 ‘허난설헌-수월경화’(6월 28~29일)을 다시 선보인다. 스테디셀러인 ‘백조의 호수’(10월 12∼16일), ‘지젤’(11월 11∼13일), ‘호두까기인형’(12월 17∼25일) 등 3편도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안무작을 선보이는 ‘KNB 무브먼트 시리즈’(7월 16∼17일)와 이 시리즈의 우수작을 모은 ‘히스토리 오브 KNB 무브먼츠 시리즈 2’(5월 21∼22일)도 진행된다.
올해 라인업 가운데 영국의 전설적 안무가 프레데릭 애슈턴의 희극 발레 ‘고집쟁이 딸’(6월 8~11일)과 함께 ‘트리플 빌’(11월 18~20일)에 포함된 에드워드 클러그의 ‘Ssss…’, 윌리엄 포사이드의 ‘ArtifactⅡ’는 신작이어서 발레 팬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강수진 단장은 “지난 긴 시간 동안 국립발레단과 함께 한 많은 분의 노력 덕분에 지금의 국립발레단이 있다. 취임 때 목표했던 21세기 발레단에 어울리는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소화하면서 국립발레단만의 레퍼토리를 만들어가는 여정을 2022년 라인업에서 확인하길 바란다”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많은 분이 발레로 인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