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충돌했던 조수진도 선대위 직책 모두 사퇴

입력 2021-12-21 20:45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겪고 있는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이 21일 오후 국회 당 대표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2.21 [국회사진기자단]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공보단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21일 밝혔다. 선대위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그는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와 충돌한 뒤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당일 밤 이 대표를 비방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주변 기자들에게 공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 최고위원은 이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이 시간을 끝으로 선대위 부위원장과 공보단장을 내려놓는다”며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과 당원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최고위원은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와 충돌했다. 이 대표가 “일부 언론에서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이라는 출처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나를 공격하는 식으로 (보도가) 나오니 이에 대응을 잘하라”고 지시하자 조 최고위원은 “나는 (윤) 후보 말만 듣는다”며 거부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 대표가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씨 의혹에 대한 대응 기조를 선대위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조 최고위원은 “후보 얘기를 전달하겠다”며 “후보는 ‘아내 사과는 온전히 후보 몫이고 당 의원들이 왜 도와주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두 사람의 감정이 격앙돼 고성이 오갔다. 이 대표는 책상을 치고 회의장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 최고위원은 이같은 사태 직후 사과 의사를 표명했지만 당일 밤 이 대표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주변 언론인에 공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조 최고위원을 상대로 “알아서 거취 표명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도 이날 상임선대위원장직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 등 선대위에서 맡고 있던 두 직책에서 모두 사퇴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며 “어떤 미련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선대위는 이미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것은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회의에서 김씨 의혹 대응 기조 등에 대한 자신의 지시를 거부한 조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이다.

대선을 불과 78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고질병인 ‘집안싸움’이 다시 터져 나온 것은 악재로 평가된다. 갈 길 바쁜 윤 후보는 내부를 단결시켜야 하는 숙제를 또 안게 됐다.

다만 윤 후보가 사실상 조 최고위원이 사퇴하도록 하면서 이 대표를 설득해 선대위에 복귀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