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형 받은 트럭기사에 자비를” 400만명 참여한 청원

입력 2021-12-22 02:22 수정 2021-12-22 02:22
법정에 선 메도로스. FOXNEWS 캡쳐

미국의 한 트럭 운전사가 징역 110년을 선고받았다. 다중 차량 추돌사고를 내 4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브레이크 고장으로 인한 불의의 사고였다며 20대 트럭 운전사에 대해 감형을 요구하는 온라인청원운동이 벌어졌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 올라온 트럭 운전사 로겔 아길레라 메데로스(26)의 감형을 요구하는 청원에 40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텍사스주 운송회사 직원인 메데로스는 2019년 4월 콜로라도주 레이크우드의 70번 고속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메데로스가 목재를 가득 실은 트럭을 운전하던 중 브레이크가 고장 났고, 통제력을 잃은 트럭은 차량을 20대 가까이 들이받으며 다중 추돌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4명이 사망했고, 일부 차량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2019년 당시 사고 현장. 연합뉴스

지난 10월 열린 배심원 재판에서 콜로라도주 배심원단은 부주의 운전, 부주의 운전으로 인한 살인, 교통사고로 인한 살인 등 그에게 적용된 27개의 혐의에 만장일치로 유죄를 평결했다. 법원은 메데로스에게 지난 13일 1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콜로라도주 법은 유죄 항목 각각에 대해 최소한의 양형이라도 부과해야 하며 이를 모두 합산해서 복역해야 한다. 콜로라도주 법에 따라 메데로스도 유죄를 받은 27개 혐의 각각에 대한 최소한의 징역형이 더해져 110년의 결과가 선고된 것이다. 이를 두고 콜로라도주 지방법원 브루스 존스 판사는 “메데로스가 고의 사고를 낸 것은 아니다”며 “만약 양형에 재량권이 있다면 그렇게 선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이크 고장 때문에 일어난 사고로 사실상 종신형을 선고받은 메데로스에 대해 동정 여론이 일면서 청원 지지자는 430만명을 돌파했다. 청원에 참여한 이들은 “몇 푼 절약하려고 회사에서 (브레이크가 고장 난 문제의) 트럭을 운행하라고 한 것 아닌가” “20대 운전자가 아니라 문제가 있는 장비를 사용한 트럭 회사를 질책해라” “비극의 책임은 트럭 회사에 있다” “사고 희생자들도 안타깝지만 종신형을 선고받은 20대 트럭 운전사도 생각해봐야 한다” 등을 주장하며 메데로스의 감형을 촉구했다.

트럭 운전사 메데로스의 감형을 촉구하는 청원에 43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 캡쳐

콜로라도 유력지 덴버 포스트는 재러드 폴리스 주지사에게 메데로스의 감형을 촉구하고 주의회에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사설을 실으며 힘을 보탰다. 자동차 분야 유명 웹사이트 젤로프니크는 “장비 고장으로 일어난 비극적 사고로 인해 (운전자를) 종신형에 처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110년 징역형에 항의하기 위해 한 트럭기사는 “화물차 운전사들이 콜로라도주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틱톡 동영상을 올렸고, 이는 4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족을 중심으로 감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사고 희생자들의 유족은 “진정한 피해자는 우리이고 감형(이 되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역시 메데로스가 추돌 당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긴급 제동 경사로를 이용하지 않는 등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잘못된 판단을 여러 차례 했다며 감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