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최고위원과 충돌한 끝에 21일 상임선대위원장직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 등 선대위에서 맡고 있던 두 직책에서 모두 사퇴했다.
대선을 불과 78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고질병인 ‘집안싸움’이 다시 터져 나온 것이다.
갈 길 바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내부를 단결시켜야 하는 숙제를 또 안게 됐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가 이대로 갈 수 없다”며 운영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 놓겠다”며 “어떤 미련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대표로서 해야 할 당무는 성실하게 하겠다”며 “울산에서의 합의대로 당 관련 사무에 있어서 윤 후보가 요청하는 사안이 있다면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선대위는 이미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것은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회의에서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 의혹 대응 기조 등에 대한 자신의 지시를 공개석상에서 거부한 조 최고위원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저는 당대표로서 만약 대선에서 저희가 좋지 못한 결과를 얻으면 상당한 불명예를 얻게 된다”면서도 “선대위 구성에 따른 전권은 후보가 책임을 지는 것이고 선거에 대한 무한 책임은 후보가 갖는다”고 강조했다.
대선에 관한 책임은 윤 후보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조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보단장직에서 물러나지 않았고, 윤 후보도 인사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즉각 비판이 나왔다. 윤 후보 측근인 장제원 의원은 이 대표가 선대위 직책에서 사퇴하기 전인 이날 오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양비론’을 펼쳤다.
그는 “공보단장이라는 분이 어디서 함부로 후보 뜻을 팔고 다니냐”며 조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어 “당대표의 옹졸한 자기 정치가 선대위를 얼마나 이기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이 대표의 행동도 문제 삼았다.
이 대표의 사퇴와 맞물려 선대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종인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항공모함에 비유할 정도로 선대위가 거대하게 만들어졌다”며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파악해 보니까 이대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합상황실을 보다 강력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심도 있게 선대위를 끌고 가려고 한다”며 “쉬운 말로 ‘기동헬기’를 띄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종합상황실은 김 위원장 직할 부대인 총괄상황본부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를 운영하는데 방해하는 인사는 앞으로 과감하게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개별적으로 후보와 관련이 있으면 자기가 한마디 거들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문동성 강보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