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대출규제는 시장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불가피”

입력 2021-12-21 17:58 수정 2021-12-21 18:02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송년을 맞아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금감원의 친시장 행보로 규제 칼날이 무뎌진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출규제와 관련해서는 “시장 리스크 관리, 거시경제적 불확실성 제거 측면에서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21일 정 원장은 화상으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금감원의 친시장 행보로 규제 칼날이 무뎌질 것이라는 내부 우려가 있고 사모펀드 피해 구제 등 소비자 보호 노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에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금감원의 역할은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감독과 사후감독 두 가지”랴며 “이 둘이 조화를 이룰 때 소비자 보호를 이룰 수 있다. 사후적발 방식만으로는 완벽한 소비자보호를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하고 있는 사전적 점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언급한 것이다.

정 원장은 종합검사와 관련해서도 “명칭 변경 등 다양한 변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검사체계 개선은 검사 제재 규정 개정도 수반하는 문제이며,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금감원 종합검사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먼지털이식 조사로 운영된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에 금감원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검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다. 정 원장의 친시장 성향을 고려했을 때, 폐지 혹은 폐지에 준하는 대수술을 거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의 커질 것이라는 지적에는 “거시경제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시장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라며 “실수요자,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 문제에 대해서는 전세대출 등에 대한 부분적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노력으로 내년에는 무리 없이 5% 중반 수준의 가계부채 증가율 달성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기업대출 대상자가 기업대출을 받아 부동산 구매 등에 사용하는 ‘꼼수 대출’ 관행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고 사후교정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금감원이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예대마진차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이 설정하는 금리 자체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대출금리는 올리면서 예금 금리는 올리지 않는 것은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주면서 금융사의 이익을 충족시키는 것이기에 감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측면에서 “실손보험 등 가입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보험의 보험료는 법적으로도 그렇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돼야 한다”며 “이처럼 국민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는 보험의 요율과 관련해서는 감독 당국이 더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적자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며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자 이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회사 이사회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거수기’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지적에는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해 지난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며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보다 효율이 좋은 법안을 만들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