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에 서학개미 고민 중… “원달러 1200원대 갈 수도”

입력 2021-12-22 06:00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가속화되고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까지 확산되며 대표적 안전 자산인 달러의 몸값이 비싸졌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에 바짝 근접하면서 미국 주식을 매매하는 서학개미는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테이퍼링이 종료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환율 오름세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선제적 금리 인상 등으로 환율 상방 압력이 우려만큼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21일 원달러 환율은 1192.90원으로 전날보다 2.10원 높게 마감했다. 전날에는 하루에 9.9원 오르며 반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1080원대에 머무르던 올해 초보다 100원 넘게 오른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환율의 오름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연준은 최근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내년 3월로 앞당기고 금리도 세 차례가량 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 신흥국 증시 등 위험 자산에서 안전 자산인 달러로 돈이 빠져나간다.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과 긴축 가능성을 키우는 오미크론 확산세와 인플레이션 압력도 환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최근 뉴욕 증시 지수가 하락하며 추가매수를 준비하고 있던 서학개미들은 혼란에 빠졌다. 지난 3거래일 동안 나스닥종합지수(4.1%)와 S&P500(3.2%), 다우지수(3.0%)는 크게 떨어졌다. 주가가 낮아져도 환율이 오르면 주식 매입에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할 수 있다. 미국 주식 투자 커뮤니티에는 “주가가 저점이라고 생각해 투자하려는데 환율이 높아 고민이다” “1200원 아래일 때 많이 환전해둬야 한다”는 식의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올해 원달러 환율 추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2년 경제 및 자본시장 전망 브리핑’에서 원달러 환율이 내년에 1200원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공급망 병목 현상, 미·중 갈등은 달러 강세를 심화할 위험 요소로 꼽혔다. 다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달러 강세로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머물겠지만, 지속적인 수출 호조와 국내 성장세 개선으로 하반기부터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잇따른 금리 인상은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올해 가계부채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차례에 걸쳐 연 1%까지 끌어올렸다. 통화정책 정상화를 강조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는 내년 1분기에도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는 감소했다. 테이퍼링이 시행되더라도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실물경기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경상수지가 1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도 환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