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장악’ 홍콩 의회 선거 끝나자마자…美, 中관리 5명 제재

입력 2021-12-21 16:59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 당선자들이 20일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무투표 저항 속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30.2%의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9일 치러진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가 중국 의도대로 친중 진영의 압승으로 끝나자마자 미국은 선거에 관여한 중국 관리 5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국은 또 티베트자치구의 인권 문제를 담당할 특별조정관을 임명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중국 정부가 홍콩에 파견한 연락판공실(중련판) 부주임인 허징, 천둥, 루신닝, 탄톄뉴, 인중화 등 5명을 홍콩자치법에 따라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미 재무부가 지난 7월 홍콩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련판 부주임 7명을 무더기 제재했을 때 이미 명단에 올랐던 사람들이다. 제재 대상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이들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도 제재를 받게 된다.

미 재무부는 “우리는 중국이 홍콩에서 보장된 권리와 기본적인 자유를 존중한다는 국제적 책무에 부합해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의회는 지난해 7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대한 보복 조치로 홍콩자치법을 통과시켰다. 홍콩 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과 거래하는 은행 및 금융기관, 단체를 제재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함께 미 국무부가 매년 홍콩 자치권을 침해한 중국 관리와 기관을 명시한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미 국무부는 이날 홍콩 지위에 관한 보고서도 업데이트했다. 미 국무부는 홍콩의 선거제 개편을 비롯해 홍콩 공무원들에 대한 충성 서약 의무,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 폐간 등을 거론하며 “중국이 홍콩의 자치를 계속해서 해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지난 3월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원칙을 내세워 선거제를 개편한 이후 처음 치러진 입법회 선거에서 친중 진영은 90석 중 89석을 싹쓸이했다. 나머지 1석은 중도파가 가져갔다.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유권자들이 선거에 대거 불참하면서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30.2%를 기록했다. 선거 직후 미국, 영국 등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을 내 “친중 진영이 장악한 홍콩 선거 결과는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1일 “홍콩 사무에 간섭하려는 검은 손을 거두라”며 “홍콩 선거를 모욕하는 악질적인 언행과 중국 내정에 간섭하려는 행위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은 인권을 고리로 한 중국 압박도 이어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 티베트자치구의 인권 문제를 담당할 특별조정관에 우즈라 제야 국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제야 조정관은 중국 정부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간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