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익명의 기부천사 23만원 맡기고 홀연히 사라져

입력 2021-12-21 16:49 수정 2021-12-21 16:54

만 원짜리 지폐 다발과 동전 꾸러미가 세밑 광주 월곡1동 행정복지센터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익명의 기부천사 2명이 정성껏 모아 맡긴 이웃돕기 성금 덕분이다.

월곡1동 행정복지센터는 21일 “20대 청년 2명이 전날 오후 곱게 접은 지폐 다발과 비닐봉지에 포개 담은 동전을 들고 예고 없이 사무실로 찾아왔다”고 밝혔다.

취업준비생 혹은 사회 초년생으로 짐작되는 이들은 공무원들이 이름과 주소 등을 묻자 “평소 틈나는 대로 모아온 적은 금액“이라며 ”코로나 19로 힘든 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당부할 뿐 신원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들은 공무원들이 지폐 다발 등을 잠시 펼쳐보는 사이 아무런 말도 없이 복지센터를 재빨리 빠져나갔다.

세어보니 청년들이 놓고 간 돈은 10원·50원짜리 동전부터 1천 원·1만 원짜리 지폐까지 모두 23만1380원.

복지센터 공무원들은 손때기 묻은 지폐와 동전을 셈하는 동안 돈을 벌기 위한 댓가로 적잖은 땀을 흘렸을 ‘기부 천사’ 청년들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혔다.

광산구는 익명의 기부천사 청년들이 맡기고 간 돈을 연말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최정광 월곡1동장은 “넉넉하지 않은 청년들로 보였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따뜻한 것 같다”며 “값진 곳에 사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