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설강화 옹호글 올려 “역사왜곡 의도성 없어”

입력 2021-12-21 16:26
드라마 '설강화' 스틸컷. JTBC 제공

역사학자 기경량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JTBC 드라마 ‘설강화’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기경량 교수는 21일 페이스북에 “2회까지 시청한 바로는 ‘설강화’에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안기부 미화’나 ‘민주화운동 폄훼’ 등 의도성은 발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안기부 미화라는 의도성을 의심하는 것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직업이 무려 간첩이라는 것”이라며 “1980년대에 이런 설정의 드라마를 찍었다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안기부에 끌려갔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기 교수는 “이 드라마에서 운동권은 시대 분위기를 내는 소재 정도로 가볍게 사용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운동권을 비웃거나 폄훼하진 않는다”며 “안기부가 악명만큼 사악하게 표현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폭력적이고 부정적 느낌을 주는 집단 정도로는 묘사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설강화’에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기 위한 음험한 의도나, 역사 왜곡의 혐의를 들이대는 건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며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다고 해도 상대를 악마화해 존재를 말살하려 하지 않았으면 한다. 욕을 해도 비평의 영역에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앞서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영 2회 만에 조기 종영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옹호한 바 있다.

당시 기 교수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이 흡혈귀 사냥꾼으로 나오는 영화를 언급하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것을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한다면 우스꽝스러운 일이다”라고 했다.

그는 “예전에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는 신윤복을 여성이라고 설정했다. 실제 역사와는 다른 말도 안 되는 왜곡이다. 그런데 당시 이를 폐지시켰나”라고 반문하며 “영화 ‘천군’에선 무과에 낙방한 이순신이 방탕하게 살다가 나중에 각성해서 영웅적 인물이 됐다. 창작물에서 이 정도 캐릭터 설정도 못 하면 그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 글은 하루 만에 동의수 20만명을 돌파했다. 21일 오후 2시 기준 31만65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푸라닭, 다이슨, 넛츠쉐이크 등은 제작지원과 광고 협찬 중단을 선언했다. 비영리단체 세계시민선언은 22일 서울서부지법에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JTBC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설강화에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은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 드라마가 전개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밝혔다.

JTBC는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대부분 오해가 해소될 것”이라며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억압받는 비정상적인 시대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차별 방송에 앞서 많은 줄거리를 밝힐 수 없는 것에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