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총기 구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 유색인종의 신규 총기 구매 비율이 두드러졌다.
매튜 밀러 노스이스턴대 교수 등은 21일(현지시간) 내과연보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9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미국 성인의 2.9%인 약 750만명이 새롭게 총기를 산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올해 4월 기준 개인적으로 총기를 소유한 모든 미국 성인의 10%에 해당한다.
2019년 240만명이었던 신규 총기 구매자는 지난해 380만명으로 1년 새 약 58% 증가했다. 올해는 4월까지만 120만명을 넘겼다. 팬데믹 기간인 지난해부터 지난 4월까지 500만명 넘는 미국인이 새롭게 총기 소지자가 된 것이다.
신규 구매를 비롯한 전체 총기 구매 건수는 2019년 1380만건에서 2020년 1660만건으로 20%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우리가 조사한 3년간 총기 소지자의 절대 규모 추정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신규 총기 구매자 중 여성 비율은 2019년 50%, 2020~2021년 47%로 약 절반을 차지했다. 인종별로는 흑인과 히스패닉이 각각 21%, 20%를 차지했다. 백인이 55%로 과반이기는 해도 유색인종 비율이 45%로 절반에 육박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신규 소지지가 아닌 총기 구매자는 남성이 70%, 백인이 74%로 주를 이뤘다. 전체 총기 소유자도 남성과 백인 비중이 각각 63%, 73%였다.
연구진은 “조사 기간 동안 총기 구매 인구가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미 의회 폭동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이 있던 달인 올해 1월이었다”며 “다음으로 큰 증가는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된 다음 달인 지난해 6월이었다”고 전했다.
밀러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과 함께 총기 판매 가속화가 지난 15년간의 점진적 증가에 더해져 상당히 극적으로 나타났다”며 “새로운 총기 소유자는 흑인이거나 여성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올해 4월까지 새롭게 총기를 구매한 750만명 중 대부분인 약 540만명은 그동안 총이 없는 집에서 살아온 경우였다. 다른 가족의 총기를 간접적으로도 접한 적 없는 이들이라는 얘기다.
연구진은 총기 구매 증가로 어린이를 비롯해 총기 관련 위험에 노출되는 인구가 확대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연구진은 “(신규 총기 구매자들은) 그들 자신뿐만 아니라 500만명 이상의 어린이를 포함한 1100만명 넘는 사람들이 가정용 총기에 노출됐다”고 강조했다.
밀러 교수는 “집에 총기를 들였을 때 소유자의 자살 위험이 4배 증가하고 어린이를 포함해 가정 내 다른 이들의 위험도 커진다”며 “총기 자살과 사고가 즉시 증가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집에 있는 사람들이 더 큰 위험에 처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