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극상 논란’을 빚은 직원에 대해 징계절차 없이 전보 발령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사명령이지만 사실상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처분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세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보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세스코 대전동부지사장이던 A씨는 2016년 12월 입사 후배인 B씨가 대전서부지사장에서 충청지역본부장으로 먼저 승진하자 공식 석상에서 불만을 표시했다. “본부장 역할이나 제대로 해라” “내가 그만두든지 본부장이 그만두든지 해야겠다. 내가 사표를 내야지”라며 반말을 하거나 B씨가 건넨 악수를 피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B씨는 이듬해 10월 “상급자에게 무례를 일삼고,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A씨 교체를 회사에 요청했다.
회사는 한 달 뒤 A씨와 면담하면서 출퇴근이 2시간 이상 걸리는 수도권남부지역본부 영업담당 부장으로 발령 예정 사실을 통보했다. 이후 A씨가 부당전보라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한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지고, 중노위도 부당전보로 인정하자 세스코는 불복소송을 제기했다. 세스코는 재판 과정에서 “인사위원회 운영지침은 징계의 종류로 ‘전직’을 정하고 있지 않고, 이 사건 인사발령은 노동력 재배치의 차원에서 이뤄졌으므로 징계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인사명령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이 징계의 종류로 정한 ‘전직’ 또는 ‘기타 징벌’에 해당함에도 징계절차를 회피해 이뤄졌으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부당전보를 인정했다. 인사위원회에 A씨를 출석시켜 소명 기회를 보장하는 등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사 명령한 것은 위법하다고도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