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LG전자도 앞다퉈 외치는… ‘X’의 비밀

입력 2021-12-22 06:30 수정 2021-12-22 06:30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년부터 ‘사용자 경험’(고객 경험)에 무게를 집중한다. ‘제품 완성도’에서 ‘사용자 경험 만족도’로 시장 경쟁판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인사 및 조직개편으로 기존 가전(CE)부문과 모바일(IM)부문을 묶어 DX(Device eXperience)부문을 신설했다. 기존에는 제품 성격에 따라 사업부문을 나눴다면, 앞으로는 기기 사용을 통한 ‘경험’(eXperience)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도가 명칭에서 드러난다.

무선사업부는 26년 만에 MX(Mobile Experience)사업부로 이름을 바꿨다. DX부문 산하에 CX(Consumer eXperience)’와 ‘MDE(Multi Device eXperience)’ 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각각 고객 경험(CX), 여러 기기를 아우르는 경험(MDE)을 담당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다녀온 직후에 단행된 전면적 조직개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었다. 삼성전자가 ‘사용자 경험’에서 뒤쳐지면 승산이 없다는 절박함이 이번 조직개편에 반영됐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2018년 취임 이후 고객 경험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내년 신년사를 내놓으면서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구 회장은 “지금까지 LG는 양질의 제품을 잘 만드는 일에 노력해 왔지만, 요즘 고객들은 그 이상의 가치를 기대한다. 고객은 제품·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직접 경험한 가치 있는 순간들 때문에 감동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새 사령탑으로 글로벌 시장을 두루 경험한 조주완 사장을 선임한 것도 사용자 경험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사업을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쪽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는 건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상황에서 제품 하나의 완성도 만으로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V의 경우 화질, 디자인 등 하드웨어 요소 뿐만 아니라 부가 기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TV안에 운영체제(OS)가 탑재되고 사용자가 TV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는 경쟁의 차별화 지점이다. 각각 타이젠(삼성전자)과 웹OS(LG전자)로 차별화에 성공한 국내 업체들이 중국의 저가공세에도 TV시장에서 1, 2위를 지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나 음악은 기기로 다운로드해서 감상하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류를 이룬다. 각종 소프트웨어도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용하는 등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유’하는 것보다 ‘사용’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앱스토어라는 전·후방 생태계를 모두 보유한 애플이 경험을 앞세워 서비스 부문에서만 3분기에 182억8000만 달러(약 21조7900억원)를 벌었다는 점도 국내 업체들에게 많은 걸 시사한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 등 미래 먹거리에서도 ‘사용자 경험’은 점점 중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사용자 경험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고객이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면 자연스럽게 ‘락인 효과’(잠금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하드웨어 경쟁력 만큼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과제”라고 22일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