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회사 일과 가정 병행의 어려움을 물은 것은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21일 인권위에 따르면 A공기업은 신입사원 채용 면접 과정에서 한 여성 지원자에게 ‘결혼할 경우 회사 일과 가정 일을 병행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대처하겠냐’는 취지로 질문했다. 면접관은 이 질문을 하면서 시부모 봉양, 야근에 대한 남편의 이해 문제, 출산과 육아 등을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지원자는 “여성이 가정 때문에 직장에서 일을 못한다는 편견이 있다”며 “문제없이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답했다. 면접관이 비슷한 질문을 반복하자 지원자는 “남편과 가사를 분담해 회사 업무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거듭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원자는 이후 면접에서 떨어졌고, 여성 지원자에게 일과 가정의 병행을 물은 질문이 차별적 행위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질문을 한 면접관은 인궈위에 “요즘은 남편도 가정 일을 한다고 하지만 출산이나 육아는 여성이 몫이 아닌가 생각하기에 이런 질문을 한 것”이라며 “‘여성은 가정일 때문에 회사 일을 못 한다’와 같은 말은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면접관의 질의는 여성이 결혼할 경우 야근이나 업무 몰입에 있어 남성보다 여성이 불리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다”며 “이는 여성을 가족 내 돌봄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주체로 가정하는 잘못된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또 “여성이 가정일 때문에 회사일을 못한다는 발언 혹은 전제는 채용 시 성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중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는 대상자를 위축시키고 면접점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이 판단을 바탕으로 A공기업 사장에게 향후 면접 과정에서 직무와 관련 없는 차별적인 질문을 하지 않도록 인사담당자와 책임자를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하는 등 재발방치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 공기업 사장은 “해당 면접관을 향후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 시 면접위원에서 배제했다”며 “면접위원 사전교육을 더욱 철저히 해 차별적 발언이나 언급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미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