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던 남편이 자식에게 짐이 될 수 없다며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이진혁 부장판사)는 2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8월 자신의 집 안에서 70대 아내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와 B씨는 슬하에 자식 1명을 두고 40년 동안 혼인 생활을 유지해 왔다.그런데 지난 4월 B씨에게 치매 증상이 나타났고 곧이어 A씨에게도 우울장애, 뇌경색, 치매의증 등 병마가 찾아왔다.
B씨의 치매 증상은 갈수록 나빠졌고 결국에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A씨는 더는 자녀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B씨와 동반 자살까지 생각했다.
이후 A씨는 아내 B씨를 목 졸라 살해했으나 자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다. 재판부는 “살인은 인간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피해자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이제 어떠한 방법으로도 그 피해를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은 A 씨가 혼자서 아내를 돌봐야 했던 어려운 처지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A씨는 간병인 없이 아내와 둘이 살며 간호해 왔다”며 “A씨 자신도 지체장애 5급의 장애인으로 여러 질환을 앓고 있는데 B 씨의 건강 상태가 악화하자 함께 죽겠다는 생각에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