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 등의 저서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했다. 이 후보는 능력주의와 공정, 할당제 등 최근 한국 사회에서 첨예한 문제로 떠오른 주제를 두고 샌델 교수와 의견을 나눴다.
이 후보는 21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샌델 교수와의 대담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형식적으로는 평등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평등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출발점을 조금씩 바꿔주자고 해왔다”며 “(미국처럼) 우리 대한민국에도 할당제가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최근에 경쟁이 격화되다 보니 소수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할당제를 통째로 폐지하자는 얘기가 많이 있다. 당장의 정치 현실에서 유력 정치인들이 그 얘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하나의 기준 만으로 각자의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 점에 대해서 저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을 여쭙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샌델 교수는 “(기득권층은 자신의 성공이)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기득권에 대한 책임의식과 부채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는 것은 그들의 성공엔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라며 “(누군가의 성공 뒤에는) 그들의 부모와 훌륭한 교사와 사회의 지원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오만과 자만에 빠지게 되는 원인”이라고 답했다. 할당제는 노력에 따른 공정한 보상을 왜곡하므로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샌델 교수는 이어 “우리는 평소에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다른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간과하고 있다. 트럭 운전사나 간호사, 창고의 물류 직원 같은 분들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줬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에 대한 마땅한 사회적 인정과 존중, 노동의 존엄성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는 ‘한국 청년들은 기회의 부족 때문에 고통 받고 있고, 실패하면 완전히 탈락할 것이란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라는 이 후보의 질문엔 “명성 있는 대학에 입학하지 않더라도 적정한 삶의 수준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미국 사회가 대학에 지원하는 재정적 금액은 천문학적인데, 기술적 훈련이나 취직을 위한 예산은 그에 비해 굉장히 적다. 이러한 기술 훈련과 직장 취업을 위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 후보가 말한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의 일환이 될 수 있다. 대학에 입학하지 않더라도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존중과 노동의 존엄성을 인정하게 된다면 아주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