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소견서 이례적으로 자세해… 특사는 제외될 듯

입력 2021-12-21 14:54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입원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감 생활 중 치료차 외부 병원에 입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태에 대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소견서가 있는데 이례적으로 자세히 쓰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범계 “형집행정지 가능성, 물어볼 것”

박 장관은 21일 국무회의를 마치고 법무부 과천청사로 돌아오면서 교정 당국의 박 전 대통령 형집행정지 건의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들어가서 한번 물어봐야겠다”며 이같이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수감 중 지난달 22일 지병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외부 병원 입원이다. 하지만 20일 어깨와 허리 질환 등으로 외부 입원 기간이 6주 연장되면서 그의 건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2019년 9월 회전근개 파열 등으로 수술을 받고 78일 만에 퇴원해 서울구치소로 돌아간 바 있다. 지난 7월 어깨 수술 경과 관찰과 허리통증 등 치료를 위해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8월에 퇴원했고, 지난달 22일 삼성서울병원에 다시 입원해 치료를 받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신적인 불안 증세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건강이 악화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법조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장기간 수감생활 등이 이어지면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법무부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과천청사에서 사면심사위 2차 회의를 열고 2022년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전날 오전 9시30분 사면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특별사면 대상자 선정 절차를 시작했다.

사면·복권 대상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서민생계형 형사범과 특별배려(불우) 수형자, 사회적 갈등 사범이 중심일 것으로 관측된다. 법무부는 지난달 일선 검찰청과 교정기관에 특별사면 관련 공문을 보내 민생사범, 모범 재소자, 집회·시위 사범 명단을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면위가 대상자를 선정하면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사면권을 행사한다. 특별사면 대상자는 이달 말 발표된다. 특별사면 논의 때마다 이명박·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가 거론돼 왔으나 이번에도 사면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건강 더 나빠지면 형소법상 형 집행정지 가능

다만 형사소송법상 형 집행 중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의 경우 형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건강 상태가 더 나빠지면 서울구치소장이 직권으로 형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이 ‘형 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논의한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를 촉구하며 “형집행정지 요건이 법률에 규정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당장 형집행정지를 해야 할 정도로 좋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박 전 대통령이 병원에 입원 중인데 지병이 악화하는 등 상당히 안 좋다고 하더라”고 하자 “그런 부분들을 제가 확인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부터 서울구치소에서 생활 중이다. 대법원은 올해 1월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달 말 박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받은 편지와 그에 대한 답장을 엮은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2019년 5월 6일 경북 구미시 선산읍 선상서로에 사는 지지자 박모씨가 보낸 편지글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책 서문에서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버렸고, 모든 멍에는 제가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많은 실망을 드렸음에도,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는 편지를 보내 주시는 국민 여러분이 있어 지금까지 견뎌낼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 여러분을 다시 뵐 날이 올 것이다. 어려운 시기지만 국민 여러분 모두 힘내시기를, 그리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