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에 운동은 ‘약’…빨리 걷기·걸레질 1주일 3~4시간 ‘최적’

입력 2021-12-21 12:02 수정 2021-12-21 17:17

심장이 무질서하게 뛰는 부정맥 질환인 ‘심방세동’을 진단받았다면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하거나 지속하는 게 좋겠다.
운동을 하면 뇌졸중이나 심부전, 사망 발생을 줄여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빠르게 걷기나 보통 속도로 자전거 타기, 엎드려 걸레질 하기 같은 중등도 운동을 1주일에 3~4시간 하거나 달리기, 에어로빅, 등산 등 고강도 운동을 1주일에 2~3시간 안팎으로 하는 경우 이런 위험을 가장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을 새로 진단받은 환자들 중에선 심장박동 수가 빨라질 수 있는 운동이 오히려 해롭지 않을까 우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불식시키는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최의근 교수팀(이소령 교수, 안효정 전임의)과 숭실대 한경도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심방세동 환자의 운동습관과 뇌졸중·심부전·사망 발생의 상관성을 분석했다.

심방세동은 가장 흔한 심장 부정맥 중 하나로, 심장 기관 중 심방(심장에 들어간 혈액이 심실로 보내지기 전 모이는 공간)이 불규칙하고 매우 빠르게 뛰는 질환이다. 노인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5~7배, 심부전은 2배, 사망은 1.5~3.5배 높다. 따라서 진단과 동시에 이러한 심혈관계 질환 합병증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2010~2016년 새로 진단받은 심방세동 환자 6만6692명을 대상으로 규칙적인 운동습관 변화에 따라 지속적 비운동자(30.5%) 신규 운동자(17.8%) 운동 중단자(17.4%) 운동 유지자(34.2%) 4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이후 약 4년간 이들의 뇌졸중, 심부전 및 사망 발생률을 추적했다.

그 결과 신규 운동자 그룹과 운동 유지자 그룹은 지속적 비운동자 그룹보다 심부전 위험이 각각 5%, 8% 낮았다. 또 심방세동 진단 전후에 언제라도 운동을 하는 것은 지속해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에 비해 사망 위험이 17~39% 낮았다. 운동 중단자는 17%, 신규 운동자는 18%, 운동 유지자는 39% 순으로 낮았다. 뇌졸중 위험은 운동자 그룹에서 10~14%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특히 심방세동 환자에게 최적인 운동의 종류 및 강도를 밝혔다. 중등도 강도 운동인 빠르게 걷기, 보통 속도로 자전거 타기, 엎드려 걸레질하기 등을 1주일에 170~240분 하거나 고강도 운동인 달리기, 에어로빅, 등산 등을 1주일에 140~210분 할 경우 심혈관계 질환 및 사망 위험 감소와 가장 크게 연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티이미지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운동과 심혈관계 질환 및 사망 같은 중요한 임상결과와의 연관성을 살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최의근 교수는 21일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교정이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환자의 심부전 사망 위험 감소와 연관있고 뇌졸중 위험 감소와도 잠재적으로 관련될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진료실에서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심박 수가 빨라질 수 있는 운동이 해롭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면서 “운동을 시작하거나 지속하도록 권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메디슨(PLOS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