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로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의 설화에 자주 등장한다. 대개 신통력으로 남자를 홀리는 매혹적인 여성의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소재로 각광받았던 구미호가 공연에선 잘 다뤄지지 않았다. 25~26일 용인 포은아트홀에 오르는 ‘구미호’는 드물게 무대에서 구미호를 다루는 작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넌버벌(비언어) 퍼포먼스 ‘난타’와 ‘점프’를 연출한 최철기 ㈜페르소나 총감독을 맡아 한국형 판타지 퍼포먼스를 지향한다.
이번 ‘구미호’는 여우족 미호와 인간 장생의 가슴 아픈 사랑을 다뤘다. 수천 년에 걸쳐 다시 태어나도 똑같은 사람을 사랑하는 운명을 가진 두 연인의 이야기가 다채로운 퍼포먼스로 펼쳐진다. 한국의 다양한 전통 연희를 바탕으로 로봇 암(arm), 인터렉티브 영상, 2D 와이어 플라잉 시스템으로 배우들의 무대 위 이동의 제약을 극복하는 한편 홀로그램, 미디어 맵핑 등 최첨단 ICT 연출기술을 융합해 볼거리와 예술성을 동시에 강화했다. 소리꾼 박애리와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천송이를 비롯해 전문 배우, 풍물패, 태권도, 마샬아츠, 폴댄스 출신 출연진들이 어우러진다.
‘구미호’는 한국문화체육관광부와 봏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전통공연 한류콘텐츠 개발 사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전통공연 한류콘텐츠 개발 사업은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국의 가치를 담은 공연제작을 지원하고 향후 전통예술을 대표하는 한류 공연콘텐츠로 성장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공모를 거쳐 개발사업 제작사로 선정된 ㈜페르소나는 판소리 ‘심청가’를 왕의 시점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심청’을 지난 11월 첫선을 보인 바 있다. 판소리와 현대음악을 결합한 ‘심청’은 한국무용과 사물놀이 등 전통예술과 함께 특수 조명, 수묵화 영상 맵핑 기술을 무대에 펼쳐낸 바 있다. 두 작품 모두 올해 초연 이후 디벨로핑을 거쳐 해외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페르소나를 이끄는 최철기 총감독은 “전통적 소재를 기존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ICT 기술과 융합시켜 한국의 대표적 공연 콘텐츠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면서 “특히 구미호는 10년 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소재였는데, 이번에 뜻을 이루게 됐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