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토네이도에 욕조탄 채 하늘로…아기 2명, 기적의 생환

입력 2021-12-21 00:07 수정 2021-12-21 00:07
카덴과 댈러스 그리고 부모의 사진. abc13news 캡처.

미국 켄터키주를 강타한 토네이도 속에서 아기들의 ‘기적의 생존’ 소식이 전해졌다.

욕조에 대피해 있던 중 토네이도 소용돌이에 날아가 버렸던 아기 2명이 무사히 살아 있다고 19일(현지시간) ABC와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켄터키주 홉킨스 카운티에 거주하는 할머니 클라라 루츠는 15개월, 3개월 된 손자 카덴과 댈러스를 데리고 있었다. 켄터키주는 토네이도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지역이다.

토네이도가 집 주변을 강타할 것을 감지한 할머니는 아이들과 함께 지하실로 대피했다. 특히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카덴과 댈러스를 지하실에 있던 욕조 안에 숨겼고, 욕조 안을 베개와 담요로 감싼 뒤 성경책 한 권도 넣어뒀다.

잠시 후 토네이도는 루츠의 집을 휩쓸었고 카덴과 댈러스가 들어가 있던 욕조가 통째로 토네이도에 휩쓸려 날아가 버렸다. 루츠는 “갑자기 욕조가 위로 들어 올려지더니 내 손에서 벗어났다”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나는 아이들이 있던 욕조를 붙잡을 수조차 없었다. ‘오 마이 갓’이 내 입에서 나왔던 말의 전부였다”고 전했다.

토네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캔터키주. 뉴욕포스트 동영상 캡처.

루츠 역시 지하실 물탱크에 머리 뒤쪽을 부딪히며 부상을 입었지만 토네이도가 조금 잠잠해지자마자 아이들을 찾으러 집 밖으로 나갔다. 루츠의 집은 기초 뼈대가 모두 무너진 채 처참한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루츠는 카덴과 댈러스를 찾기 위해 집 주변에 널브러진 잔해 더미를 샅샅이 뒤졌다.

카덴과 델러스가 발견된 욕조. Local12 캡처.

그러다 루츠는 기적적으로 아기들을 찾았다. 카덴과 댈러스를 대피시켜 놓았던 욕조가 멀리 날아가지 않고 집 뒷마당에서 거꾸로 엎어진 채 발견된 것이다. 욕조 안에는 두 아기가 모두 있었고, 경찰은 욕조를 들어올려 아기들을 무사히 구출해냈다. 그중 생후 3개월 된 댈러스의 머리에 큰 혹이 생기고 뇌출혈이 있어 내슈빌의 밴더빌트 대학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덴과 댈러스의 부모는 같은 켄터키주 북쪽에 살고 있었는데, 토네이도의 영향권 밖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토네이도에 휩쓸려 날아갔던 카덴과 댈러스는 기적적으로 할머니 루츠와 부모님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미국 40여개 주를 휩쓴 이번 토네이도로 여러 주에서 최소 92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켄터키주에서만 7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