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목적으로 부모가 부재중이던 집에 들어간 30대 남성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동거주자 중 한 명의 승낙을 받았다면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0월 SNS에서 알게 된 B군과 성관계를 하기 위해 경기도 한 아파트 출입문을 통해 B군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B군의 아버지가 “내 의사에 반해 거주지에 무단으로 침입했다”며 A씨를 주거침입죄로 고소했다.
1·2심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B군이 A씨의 출입을 허락했더라도 공동생활자인 B군 아버지의 명시적·추정적 승낙이 없는 상태에서 A씨가 집으로 들어간 것은 B군 아버지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해친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7년 만에 주거침입죄 판례를 변경하면서 사건 결과는 뒤집혔다. 당시 대법원은 남편 몰래 내연녀의 집으로 들어간 C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공동거주자인 아내의 승낙을 받았다면 다른 거주자인 남편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의 평온을 해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일부가 부재중일 때 주거 내에 있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공동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할 때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