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강성 페미니스트 인사인 신지예 한국여성네트워크 대표를 파격 영입했다.
윤 후보는 후보 직속 기구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신 대표를 임명하면서 “선입견을 걷어내고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를 폭넓게 저희가 들여다 봐야 한다”며 환영했다.
신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윤 후보가 여성폭력 해결, 기후위기 대응, 좌우를 넘어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해주셔서 함께하기로 했다고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윤 후보도 “어려운 결정을 해줘서 감사하다”며 “서로 생각이 조금씩만 다르면 극한투쟁을 벌이는 식으로 해서는 국민들이 외면을 하게 된다”며 “새로운 영입 인사들을 통해 국민의 지지 기반도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좀 더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강성 페미니스트로 분류되는 신 대표 영입에 대한 당내 반발을 의식한 듯 윤 후보는 “과거 상당히 진보적인 진영에서 활동을 해오셨는데 대화를 해보면 국민의힘 안에 계신 분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 대표는 “윤 후보를 처음 뵙고 든 생각이 (정치적) 빚이 없다는 생각이었다”며 “또 법치를 중시하시는 분인 만큼 여성에 대한 폭력, 국민 행복 추구 등 의제가 뚜렷이 보였다”고 윤 후보를 추켜세웠다.
양 후보 모두 가족 리스크로 논란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해 “잘못이 있으면 반성하고 법적으로 처벌받아야 할 부분이 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여성 혐오적 발언이 난무하는데 거대 양당 모두 똑같다”며 “새시대가 바꿔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 영입에 당내에선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당 관계자는 “신 대표 영입은 국민의힘 스탠스와는 굉장히 반대”라며 “그분의 페미니즘적 관점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 신 대표가 과거 이 대표와 윤 후보에 대해 한 발언들을 보면 어떻게 한 달 만에 급작스럽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신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왜 대선주자들은 여성의 표에 관심을 두지 않는가”라며 “최근에 일어난 정치적 백래시(페미니즘 반작용)의 시작은 이준석 대표부터 시작”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 최근 “거대 양당, 기성 정치인이 아닌 더 많은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선전환추진위원회’를 꾸려 활동하기도 했다.
윤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젠더갈등을 가볍게 바라보는 윤석열 선대위의 시선이 우려스럽다”며 “젠더 갈등을 고조시키는 페미니스트 신지예씨의 영입을 반대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신 대표와 과거 정치적 논쟁을 벌여왔던 이준석 대표도 “저에게 지난 주말 신 대표 영입에 대한 상황을 말씀해주시긴 했다”면서도 “다만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어긋나는 발언을 할 경우 제지 또는 교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사실상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이 대표의 이러한 발언에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결코 이준석 대표도 거부감을 갖거나 낯설어하진 않았다는 말씀 참고로 드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에서는 비난글이 쏟아지며 함께 탈당 움직임이 감지됐다. “신지예 영입을 철회하지 않으면 이번 주 내로 탈당하겠다.” “기준도 없고 상식도 없는 후보자의 정치 철학을 더는 지지할 수 없다” “신지예를 퇴출하지 않으면 2030세대 남성표는 없을 것” 등 신 대표 영입을 반대하는 글이 주를 이뤘다.
신 대표가 과거 몸담았던 녹색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녹생당에서 정치 활동을 했던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에 “당신은 그냥 윤석열에 붙는 거지 이것은 다당제나 제3지대와는 관련이 없다”고 일갈했다.
1990년생의 신 대표는 2004년 한국청소년모임 대표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6년 국회의원 선거 출마(녹색당 비례대표 5번), 2018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녹색당),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출마(무소속) 등 선거에 연이어 출마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으로 출마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