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한다’더니…아들 문제엔 아무것도 못하고 속수무책

입력 2021-12-20 14:51 수정 2021-12-20 16:1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이 끝난 뒤 아들이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장남의 불법도박 및 성매매 의혹 논란에 빠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뚜렷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결단력과 실행력을 강조해 온 이 후보도 가족 문제 앞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어 사과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20일 “지금 이 후보를 보면, 속수무책으로 그저 상황이 정리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사과만 할 게 아니라 선제적 조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최근 장남의 불법도박 문제가 언급될 때마다 바짝 몸을 낮추고 사과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효창공원 윤봉길 의사 묘역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후보는 “자식을 둔 죄인”이라며 “필요한 검증은 충분히 하시고, 문제가 있는 점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20일 “의혹 제기 당일 바로 사실관계를 인정했고, 이후에도 계속 사과하고 있다”며 “후보가 직접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시민단체가 이 후보 장남을 고발해 수사가 시작됐고, 형사적으로 책임질 일이 생기면 책임질 것”이라며 “다른 의혹과 관련해서도 사실관계를 지속해서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도 장남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의 선택지가 넓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 상대 진영의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쌓아온 ‘사이다 이재명’ 이미지에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외에 이 후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계속 제기되는 장남의 성매매 의혹을 놓고는 더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아들이 성매매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후보 본인이나 선대위가 뭘 더 확인할 수 있겠느냐”며 “이미 성매매 의혹도 보수단체가 추가 고발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수사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엄수된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서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의 추모사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사생활 문제를 공격했던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토리 엄마’ ‘쥴리’ 등을 언급하며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도덕적 우월성을 거론했던 것 때문에 이 후보가 아들 논란에 대처하는 것이 더 궁색해졌다”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월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쥴리로 불리는 분을 어떻게 영부인으로 모실 수 있나”고 말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후보가 장남의 도박 의혹을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점에서 윤 후보보다 대처는 잘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이 후보 입장에서는 뭘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답답한 이미지를 줄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