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 스프레이 뿌렸다”…음주운전 공무원 무죄 선고

입력 2021-12-20 14:35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고인이 입 안에 뿌렸던 구강 스프레이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무원 A씨(44‧여)는 지난해 10월 22일 오후 11시33분쯤 인천시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500m 가량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관을 발견하고 차량 방향을 바꿔 현장을 이탈했지만 검거됐다.

A씨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주변을 보던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음주 측정 결과 그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면허정지 수준인 0.04%였다.

A씨는 재판에서 당일 오후 7시쯤(1차 회식) 소주와 맥주를 섞어 한 잔을 마셨고 오후 10시쯤(2차 회식) 맥주 한 잔을 또 마셨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음주 측정 직전에 입 안에 뿌린 ‘인후 스프레이’에 알코올 성분이 포함돼 있어서 실제 음주량 보다 단속 당시 높은 수치가 측정됐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김은엽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1차 회식 때 마신 술 1잔은 4시간 뒤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2차 회식 장소에서 마신 맥주 1잔을 기준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면 최고 혈중알코올 농도는 0.013%로 실제 측정 수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도수와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 농도를 역추산하는 기법이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도로교통법상 처벌 대상이 될 정도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했다는 의심은 든다”면서도 “피고인은 (평소) 만성 기관지염과 만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해 항염증 성분이 있는 인후 스프레이를 뿌리곤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인후 스프레이를 뿌린 후 물로 입을 헹구더라도 구강 안에 남은 잔여 알코올이 음주 측정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며 “피고인이 처벌기준 수치 이상으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 정지 기준은 지난 2019년 6월부터 혈중알코올 농도 0.03%(기존 0.05%)로 강화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