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전엔 내로남불 없다’더니…부인 의혹엔 어정쩡한 사과

입력 2021-12-20 14:35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부인 김건희씨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사과는 하면서도 어정쩡한 스탠스를 계속해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씨 대응 문제를 놓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의원이 고성으로 말다툼을 벌이는 일까지 20일 벌어졌다.

특히 부인 김씨를 대하는 자세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윤 후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정면 충돌한다는 지적은 뼈아픈 대목이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사과를 하면서도 자꾸 김씨를 옹호하는 듯한 사족을 붙여 민주당의 ‘윤로남불(윤석열의 내로남불)’ 공세에 빌미를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 후보는 지난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 연설을 통해 “윤석열의 사전엔 내로남불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가 부인 김씨 의혹에 대해서만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모호한 사과를 거듭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윤 후보는 그간 김씨를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이어왔다. 윤 후보는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이 제기된 지난 14일 관훈토론회에서 “부분적으로는 잘못된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허위 경력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윤 후보는 15일에도 “시간강사를 어떻게 뽑는지 대학에 아는 분들에게 물어보고 취재를 하시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자 ‘조건 없는 사과’를 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지난 17일 당사에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지난 19일 “제 처의 미흡한 부분에 대해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과 올렸습니다만 민주당 주장이 사실과 다른 가짜도 많지 않느냐”며 억울한 감정을 내비쳤다.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장남 논란에 대해 “자식 둔 죄인”이라며 고개를 푹 숙인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당 안팎에서는 윤 후보의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거세다.

선대위 다른 관계자는 “억울한 마음이 있어도 일단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감성적으로 접근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논란 진화에 부심했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윤 후보의 사과가) 다소 부족한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윤 후보는 본인이 주장하는 공정과 상식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과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국민들이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면 당은 겸허하게 수긍할 자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네거티브 전쟁은 그만하고 민생과 경제의 앞날을 위해 각 후보가 어떤 주장을 내걸고 경쟁할지에 몰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인 이준석 대표도 “최근 상황이 국민 눈높이에 부족한 지점이 있다면 선대위는 최대한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해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