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의혹 관련 대응과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발 보도에 대한 대응 문제를 놓고 고성이 오갔다. 그간 갈등을 빚어온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이 또 격돌한 것이다.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20일 회의에서 조 최고위원에게 “일부 언론에서 윤핵관이라는 출처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나를 공격하는 식으로 (보도가) 나오니 이에 대응을 잘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조 최고위원은 “내가 왜 당신 명령을 들어야 하나”고 맞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대표가 “내가 상임선대위원장인데 (당신은) 그럼 누구 명령을 듣나”고 묻자 조 최고위원은 “난 윤 후보 말만 듣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앙돼 고성이 오갔다. 이 대표는 책상을 치고 회의장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언쟁은 김건희씨 의혹에 대한 대응 문제로 촉발됐다. 이 대표가 김씨 의혹에 대한 대응 기조를 선대위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조 최고위원은 “후보 얘기를 전달하겠다”며 “후보는 ‘아내 사과는 온전히 후보 몫이고 당 의원들이 왜 도와주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대표가 “공보단장은 윤핵관 보도부터 대응하라”고 지시하면서 언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 대표의 말은 윤 후보가 김씨 의혹에 대해 당 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해명해 달라고 하기 전에 선대위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먼저 정리를 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에서 업무 지시사항에 반발하는 사람이 있어서 운영체계상 바로잡고자 이야기했다”며 “본인이 선대위원장과 상임선대위원장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공개 발언하는 바람에 언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오늘 일어난 일은 모든 게 제 탓”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은 자주 불협화음을 빚었다. 지난 10월에는 곽상도 전 의원 제명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조 최고위원이 제명 추진에 반발해 이 대표를 향해 “전두환 신군부도 이렇게 안 한다”고 외쳤고, 이 대표는 “훈계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최근엔 조 최고위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카드뉴스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이 대표가 “카드뉴스 이래서 안 만든다고 한 건데”란 댓글을 달기도 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