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오리 성폭행’ 폭로했던 펑솨이…“그런 주장 한 적 없다”

입력 2021-12-20 12:22
중국 테니스 선수 펑솨이가 19일 싱가포르 중국어매체 연합조보와 인터뷰 하는 모습.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던 펑솨이는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조보 홈페이지

중국 테니스 선수 펑솨이가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처음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SNS 계정에 올린 성폭행 피해 글에 대해 ‘개인적인 문제’이며 ‘오해’라고 해명했다.

싱가포르의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는 19일 상하이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중국 투어를 참관한 펑솨이를 만나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펑솨이는 인터뷰에서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나는 누군가가 나를 성폭행했다고 말하거나 쓴 적이 없다. 이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장가오리를 언급한 자신의 웨이보 글에 대해 “개인적인 문제”라며 “다들 많이 오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에 보낸 이메일도 전적으로 본인의 뜻에 따라 작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늘 자유롭게 지낸다”고 말했다.

펑솨이가 장가오리 사건에 대해 직접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다른 선수들과 어디론가 이동하던 중 연합조보 기자 질문에 서서 답하는 식으로 입장을 밝혔다. 영상을 보면 펑솨이는 중국 국기가 달린 검은색 점퍼 안에 중국(中國) 글자가 새겨진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다. 펑솨이는 기자 질문에 스스럼없이 답했지만 중국 당국 통제하에 진행된 인터뷰라는 의구심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펑솨이는 지난달 2일 밤 중국 SNS인 웨이보 계정에 장가오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올렸다. 2011년 톈진시 당서기였던 장가오리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었고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2018년 이후 다시 만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이 글은 웨이보 계정에 올라온 지 20여분 만에 삭제됐고 중국 포털에서 두 사람과 관련된 최신 소식은 차단됐다.

폭로 글 게재 이후 행방이 불분명했던 펑솨이는 WTA에 “내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포함한 최근의 뉴스는 사실이 아니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화상 통화를 갖고 “안전하게 잘 있다”며 신변 이상설을 일축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펑솨이가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식사하는 영상 등을 공개하며 성폭행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중국 공산당 전 지도부를 겨냥한 펑솨이의 미투는 반짝 관심을 끌었다가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를 지나면서 묻히는 듯 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들과 협회 관계자가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유엔과 미 백악관이 나서면서 국제 이슈가 됐다. 특히 펑솨이 성폭행 의혹은 미국이 주도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과 더불어 올림픽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