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장애인단체 지하철 시위…“이동권 보장하라”

입력 2021-12-20 11:44 수정 2021-12-20 13:33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이동권 보장 촉구 시위를 위해 열차에서 내리던 장애인 단체 관계자가 하차 과정에서 경찰관계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

장애인단체가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역 곳곳에서 벌인 기습 시위로 출근 시간대 양방향 열차 운행이 1시간 넘게 지연됐다.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 오전 7시 12분쯤부터 시위를 시작했다. 5호선 왕십리역에서 휠체어 바퀴를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 틈에 끼워 문이 닫히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시위대 회원들은 “장애인도 사람이다”, “이동하다 죽지 말자”, “장애인도 함께 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왕십리역 상선 승강장의 안전문이 일부 파손되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열차에 탑승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

이들은 7시30분쯤부터 5호선 여의도역과 행당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지하철 역무원들과 경찰 등이 제지하면 열차에 탔다가 다음 역에서 10∼20분간 다시 출입문을 막아섰다. 시위는 오전 9시45분쯤 종료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열차에 탑승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출근길 불편을 겪었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시민들은 “출근은 하게 해야 할 것 아니냐”, “부장님께 뭐라 말씀드릴지 고민이다”, “시민을 볼모로 해도 되느냐”며 하소연했다. 열차 운행 지연이 길어지면서 버스나 택시 등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승강장을 빠져나왔다는 이들도 많았다. 5호선 일부 역 주변에선 급히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들이 몰리기도 했다.

월요일 출근길 정체를 겪으면서 “장애인들의 절박함을 알게 됐다”는 이들도 있었다. SNS에는 “그들의 이동권 보장에 더 힘써야 한다”, “정부는 장애인 외침에 응답해야 한다” 등의 글도 속속 올라왔다.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서 관계자들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로 파손된 승강장 안전문을 수리하고 있다. 연합

이날 시위는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안건으로 오른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 심사를 촉구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장연은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를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주기적으로 서울 지하철역에서 시위를 해왔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가 열린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다. 연합

이들은 오전 10시쯤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택 앞으로 이동해 장애인 이동권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