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에…날 세웠던 이준석 ‘떨떠름’

입력 2021-12-20 11:21 수정 2021-12-20 14:05
국민의힘 이준석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의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 합류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윤 후보는 “지지기반 확장을 위한 영입”이라며 정체성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당 안팎에선 신 대표의 영입이 성 논쟁거리에 대한 당내 이견이 표면화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를 마친 뒤 ‘새 시대 위에서 신지요 대표를 영입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의견이 없다”며 당 대표실로 들어갔다. 새 시대 위의 김한길 위원장은 전날 오후 이 대표에게 전화해 신 대표의 영입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마찬가지로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면 제지, 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어 “신 대표가 우리 당에 참여해서 후보 당선을 위해 일조하겠다는 그 마음, 선의를 의심할 생각은 없지만 당의 방침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尹 “신지예, 국힘분들과 차이 없다”…정체성 논란에 선그어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신 대표의 새시대위 수석부위원장 영입 환영식에 참석해 신 대표에게 빨간색 목도리를 전달했다. 윤 후보는 “어려운 결정을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새로운 영입 인사들을 통해 국민의 지지기반을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좀 더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신 대표가 과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페미니즘 관련 논쟁을 벌이는 등 당의 노선과 충돌했던 점을 의식해 “후보 직속 기구에 기존 국민의힘과 생각이 다른 분들이 이렇게 많이 와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이 먹고사는 실용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당 특색이 완연하게 갈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지예씨가 상당히 진보진영에서 활동했는데 대화해보면 국민의힘 분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도 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신 대표의 영입으로 당 정체성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 “새시대위는 당원 자격이 없는 사람도 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 정체성과 크게 배치된다거나, 이런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지예, 지난달에도 SNS에 “국힘, 대안될 수 없다”

앞서 신 대표는 2016년 녹색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선거,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당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강령이 담긴 녹색 포스터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엔 제21대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 등에 출마했고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바 있다. 1990년생으로 올해 31살이다.

신 대표는 이준석 대표와 각종 토론 프로그램에서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해 논쟁을 벌여온 인물이다. 신 대표는 “왜 대선 주자들은 여성의 표에 관심을 두지 않는가. 최근 일어난 정치적 백래시의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부터 시작”이라면서 “30대 당 대표자가 처음 당선된 과정에 ‘펨코’라고 하는 커뮤니티가 크게 이바지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30 남성들이 주로 방문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 대표의 지지기반이라고 저격한 발언이다.

신 대표는 불과 지난달 24일까지만 해도 트위터에 “국힘은 페미니스트들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썼다. 지난 7월엔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성 갈등을 조장하는 혐오 정치를 규탄한다”며 국민의힘과 대립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신지예, 조국·박원순·안희정 언급하며 “정권교체가 목표”

신 대표는 이날 “윤 후보님이 여성 폭력을 해결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좌우를 넘어서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해주셨기에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페이스북에도 “현 정권과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으로 우리 청년들의 미래를 빼앗고, 조국의 ‘아빠찬스’ 사태로 우리 청년들이 최소한 살 수 있는 권리를 강탈했으며, 박원순, 안희정, 오거돈에 이르는 성착취로 또 여성 청년들의 삶을 짓밟았다”고 밝혔다.

이어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첫 번째 목표는 정권교체”라며 “새 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를 공공선의 방향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그 점에서는 새시대준비위원회의 마음과 제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