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의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 합류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윤 후보는 “지지기반 확장을 위한 영입”이라며 정체성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당 안팎에선 신 대표의 영입이 성 논쟁거리에 대한 당내 이견이 표면화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를 마친 뒤 ‘새 시대 위에서 신지요 대표를 영입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의견이 없다”며 당 대표실로 들어갔다. 새 시대 위의 김한길 위원장은 전날 오후 이 대표에게 전화해 신 대표의 영입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마찬가지로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면 제지, 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어 “신 대표가 우리 당에 참여해서 후보 당선을 위해 일조하겠다는 그 마음, 선의를 의심할 생각은 없지만 당의 방침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尹 “신지예, 국힘분들과 차이 없다”…정체성 논란에 선그어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신 대표의 새시대위 수석부위원장 영입 환영식에 참석해 신 대표에게 빨간색 목도리를 전달했다. 윤 후보는 “어려운 결정을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새로운 영입 인사들을 통해 국민의 지지기반을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좀 더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신 대표가 과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페미니즘 관련 논쟁을 벌이는 등 당의 노선과 충돌했던 점을 의식해 “후보 직속 기구에 기존 국민의힘과 생각이 다른 분들이 이렇게 많이 와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이 먹고사는 실용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당 특색이 완연하게 갈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지예씨가 상당히 진보진영에서 활동했는데 대화해보면 국민의힘 분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도 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신 대표의 영입으로 당 정체성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 “새시대위는 당원 자격이 없는 사람도 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 정체성과 크게 배치된다거나, 이런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지예, 지난달에도 SNS에 “국힘, 대안될 수 없다”
앞서 신 대표는 2016년 녹색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선거,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당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강령이 담긴 녹색 포스터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엔 제21대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 등에 출마했고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바 있다. 1990년생으로 올해 31살이다.
신 대표는 이준석 대표와 각종 토론 프로그램에서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해 논쟁을 벌여온 인물이다. 신 대표는 “왜 대선 주자들은 여성의 표에 관심을 두지 않는가. 최근 일어난 정치적 백래시의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부터 시작”이라면서 “30대 당 대표자가 처음 당선된 과정에 ‘펨코’라고 하는 커뮤니티가 크게 이바지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30 남성들이 주로 방문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 대표의 지지기반이라고 저격한 발언이다.
신 대표는 불과 지난달 24일까지만 해도 트위터에 “국힘은 페미니스트들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썼다. 지난 7월엔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성 갈등을 조장하는 혐오 정치를 규탄한다”며 국민의힘과 대립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신지예, 조국·박원순·안희정 언급하며 “정권교체가 목표”
신 대표는 이날 “윤 후보님이 여성 폭력을 해결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좌우를 넘어서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해주셨기에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페이스북에도 “현 정권과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으로 우리 청년들의 미래를 빼앗고, 조국의 ‘아빠찬스’ 사태로 우리 청년들이 최소한 살 수 있는 권리를 강탈했으며, 박원순, 안희정, 오거돈에 이르는 성착취로 또 여성 청년들의 삶을 짓밟았다”고 밝혔다.
이어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첫 번째 목표는 정권교체”라며 “새 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를 공공선의 방향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그 점에서는 새시대준비위원회의 마음과 제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