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치매로 불리는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됐다. 국내 연구진이 초음파를 이용한 뇌자극이 치매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 총장 김기선)은 생명공학과 김태 교수와 김재관 교수 공동연구팀이 초음파를 이용한 뇌자극으로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인 5xFAD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줄이고 뇌 연결성이 개선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치매 원인의 60~70%를 차지하는 아밀로이드 베타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폴리펩타이드로 신경 퇴행과 인지기능 저하를 불러오는 대표적 발병 물질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초음파를 통한 뇌자극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인 뇌 조직 내 아밀로이드 베타의 양을 감소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치료법은 임상 활용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법 개발의 주요 난제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 감소를 비약물, 비침습적으로 달성해 임상 활용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비침습적 치료법은 체내 조직안으로 검사용 장비나 미생물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동안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을 기반으로 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약 개발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아밀로이드 베타에 대한 항체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가 미국 FDA의 조건부 승인을 받은 것이 유일하다. 이번 연구는 비약물적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존의 약물적 치료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해 알츠하이머병 동물 모델의 뇌에 초음파를 40 헤르츠의 감마 리듬으로 반복적으로 자극했다. 생쥐의 두개골 위에 초음파 발생 소자를 부착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에서 하루 2시간씩 2주간 초음파 자극을 하고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자극 군에서 뇌 내에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수치가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전극을 두개골 위에 고정하고 초음파 자극 전후의 뇌파 변화를 분석해 40 헤르츠 대역의 뇌파 증가 및 위상-주파수 결합의 증가를 관찰했다. 이를 통해 뇌 연결성의 개선과 뇌 기능 향상을 파악했다.
지스트 김태·김재관 교수가 주도하고 박민철 박사과정생과 Hoang Gia Minh 석사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 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및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분야의 권위적인 학술지 ‘Translational Neurodegeneration’(영향력 지수 8.014)에 최근 게재됐다.
김태·김재관 교수는 “초음파를 이용하여 비약물적, 비침습적으로 아밀로이드 베타를 감소시키는 방법은 비교적 안전하고 부작용의 우려가 적다”며 “환자로부터 능이 확인되면 빠른 시일 내에 임상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