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尹, 아내 의혹 사과해야…이정도 판단 못하면”

입력 2021-12-20 08:07 수정 2021-12-20 10:00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 사진)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아내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과 관련해 “일단 경력위조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고, 허위나 과장 보도에 대해서는 차후에 건조하게 해명하는 게 옳은 길”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제는 잘못을 했다는 게 아니라, 그 사실이 드러났을 때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의혹 중에 가짜도 있을 것이고, 언론이 제기한 의혹 중에 부풀려진 것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것은 검증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의혹 제기를 확인된 사실만 갖고 하나? 그렇기 때문에 법에서도 설사 폭로가 허위였다 하더라도 공익의 목적이 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면 죄를 묻지 않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중요한 것은 문제가 된 경력들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실체적으로는 허위라는 사실”이라며 “그런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의 공격 중에서 과도한 부분만 부각시켜 허위 경력이 부분적으론 진실이라고 우기는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의 일을 이제 와서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의 태도뿐”이라며 “공정이 유일한 자산인데 그걸 버리겠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은 완전할 수 없다. 공정을 말하는 이라면 자신에게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판단을 못 한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으며, 설사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앞서 이날 이른바 ‘조국흑서’(‘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의 글을 공유하며 “진정성 없는 사과, 행동이 따르지 않는 사과는 국민을 더 화나게 할 뿐. 계속 산으로 가는 듯”이라고도 꼬집었다.

해당 글에서 권 변호사는 “조국(전 법무부 장관)도 처음에는 이유 불문하고 겸허히 사과했었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도 알 수 없는 사과는 그저 권력을 향한 표 구걸의 계산적 행위일 뿐”이라며 “마지못해 하는 오만한 사과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이어 “적어도 이 선거에서는 민주당을 뽑을 수 없어서 겨우 국민의힘과 윤 후보에게 마음을 붙이려던 사람들이 윤 후보에게도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 정권교체는 어렵다. 윤 후보 측에 대한 마지막 조언”이라고 직언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17일 김씨 의혹과 관련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윤 후보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과거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가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만 한다”면서도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