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우려에 돈줄 더 죈다? 각국 중앙은행, 왜

입력 2021-12-20 06:19 수정 2021-12-20 09:53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다시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처음 등장해 전 세계를 긴장시킬 때 어마어마한 돈을 풀었던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종료 일정을 앞당기고 내년 3회 금리인상을 시사했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0.15% 포인트 올리며 주요국 중 첫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채권매입 중단 계획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유행의 경제 영향에 대한 각국 통화정책 결정권자들의 생각이 바뀌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현재 분위기를 진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처음 덮쳤을 때 각국의 봉쇄 조치 등으로 소비 급감과 실업자 양산 등이 경제 전반에 큰 충격파를 던지며 경제 성장 위축을 우려하게 했다. 그러나 현재는 확진자 증가가 소비 지출이나 일자리 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덜 심각해졌다는 게 WSJ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해 2분기 미 국내총생산(GDP)은 사상 최대폭인 31.2%(연율) 급감했으나, 미 전역에서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가 나오던 올해 1분기에는 오히려 6.3% 성장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역시 처음 대유행이 퍼지며 전 세계를 긴축시켰던 공포만큼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는 내년 1분기 미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에서 3%로 하향 조정했으나, 마이너스 성장까지는 예상하지 않았다.

대신 상황이 길어지면서 현재 전 세계 생산을 힘들게 하는 공급망 차질이 더 길어지고,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골드만삭스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에 따른 아시아 지역 공장 폐쇄와 높은 주거비용을 근거로 내년 6월 근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3.25% 상승에서 3.4%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미 연준 역시 오미크론 변이가 안 그래도 높은 인플레이션에 상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을 점점 더 우려한다고 WSJ는 전했다.

노무라증권의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로버트 덴트도 내년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많은 네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란은행도 최근 금리를 올리면서 “글로벌 물가 압력이 더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을 물류 비용 상승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WSJ에 따르면 해운업계 고위 임원들은 내년 계약 운임이 올해 초 운임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고, 트럭 운수업계도 내년 계약 물량의 운임이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