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이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임원 인사에서 중국 총괄 사장을 교체한 현대차그룹은 신형 전기차를 앞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19일 현대차 IR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현대차의 중국 내 판매량은 31만861대에 그쳤다. 2009년(57만309대) 이후 최저치가 유력하다. 한한령(한류 제한령) 직전인 2016년 판매량(114만2016대)의 30% 수준에 머물게 됐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보다 20.5% 커졌지만,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3%에서 1.9%로, 기아는 1.3%에서 0.8%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시장에서의 부진을 촉발한 방아쇠는 한한령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현지화에 실패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면서도 현지 자동차보다 20~30% 높은 가격 정책을 적용했고, 신차 투입시기도 늦었다”고 진단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가 있었지만 현대차와 기아 라인업의 경쟁력 약화가 중국시장에서 고전한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부진이 계속되자 현대차는 올해 베이징 1공장을 매각했다. 중국 둥펑자동차그룹은 기아와 합작해 ‘둥펑위에다기아’를 설립한 지 20년 만에 결별을 선언했다. 현대차그룹의 최근 임원 인사에서 중국 사업을 총괄하던 이광국 사장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그 자리에는 현대차그룹 중국 유한공사(HMGC)에서 총경리를 맡고 있는 이혁준 전무가 임명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인적 쇄신 차원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기아는 신형 전기차를 앞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개막한 ‘2021 중국 광저우 모터쇼’에 전기차 GV70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투싼 하이브리드, 기아 EV6 등의 친환경차도 선보였다.
그러나 단시일에 반전 흐름을 잡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 된 중국은 이미 BYD 등 현지 업체와 테슬라가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시장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테슬라와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경쟁은 또 다른 숙제”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