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노이 노딜’ 숙청설 돌던 ‘실무 3인방’ 살아있다

입력 2021-12-19 18:30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북한 협상팀으로 참여했던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지방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역을 맡았던 신혜영 통역사는 북한 최대 도서관인 평양 인민대학습당에서 외국인 대상 안내 업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김혁철(왼쪽) 국무위 대미특별대표와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 뉴시스

김성혜와 신혜영은 ‘하노이 노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다는 말이 돌았으나, 좌천되는 선에서 문책이 마무리된 것이다.

처형설까지 나왔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지방으로 추방됐다가 다시 평양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김성혜가 지방의 한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하노이 회담 이후 김성혜와 신혜영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2019년 상반기 당 사업총화(결산) 과정에서 보직이 변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혜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기 전까지 북한 대미 외교의 실세로 불렸다. 2019년 1월 김영철 당시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하노이 회담 직전까지 미측 대표단과 비핵화 의제를 조율했다. 하지만 회담이 비핵화 범위와 상응조치 문제에 막혀 빈손으로 끝나면서 김성혜도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역사 신혜영이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통역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하노이 회담 때 통역 실수로 숙청설이 돌았던 신혜영은 인민대학습당 안내원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신혜영은 인민대학습당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교육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면서 “다만 외교 관련 통역 업무에서는 배제됐다”고 말했다. 인민대학습당은 북한에서 가장 큰 도서관으로 하루에 약 1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신혜영은 하노이 회담 때 김 위원장 통역을 처음 맡았으나 회담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몇 차례 통역 실수로 김 위원장의 노여움을 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었다. 회담 당시 한 외신기자가 김 위원장을 향해 “미국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것과 관련해 준비가 돼 있느냐”고 질문했는데, 신혜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연향 미 국무부 통역국장이 대신 통역했다.

당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였던 김혁철은 김성혜와 함께 지방으로 쫓겨났다가 평양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김혁철이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김혁철 신변에 이상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평양에서 생활 중”이라고 전했다.

고위 인사의 경우 지방의 닭공장이나 사료공장으로 보내 몇개월 동안 ‘혁명화 교육’을 시킨 뒤 평양으로 부르는 게 김정은 시대의 숙청 방식인 만큼 김혁철도 이런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