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진 파운드리… ‘질주’ TSMC, ‘추격’ 삼성전자, ‘가세’ 인텔

입력 2021-12-20 06:30 수정 2021-12-20 06:30

전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이 지속하면서 1위 TSMC의 독주 체제가 견고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객사를 하나둘 늘려가며 대반격 채비를 하고 있다.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며 왕좌 복귀를 노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는 미국 일본 독일 등에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1위 굳히기에 나섰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자율주행차 등에서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생산능력을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5나노 미만 초미세공정에서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의 1순위 선호업체는 TSMC다. 가장 정확하게, 원하는 대로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업체라는 것이다. 최근 대만 미디어텍은 세계 최초로 TSMC 4나노 공정을 이용해 ‘디멘시티 9000’ 칩셋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애플, 엔비디아, 퀄컴, AMD 등 주요 팹리스 업체는 TSMC를 통해 반도체를 제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점유율은 0.2% 포인트 늘어난 53.1%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7.2%로 0.2% 포인트 감소했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그러나, 미세한 균열이 보인다. TSMC가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애플을 먼저 챙기느라 다른 고객사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TSMC가 아이폰용 A시리즈 외에도 PC용 M시리즈 칩셋까지 모두 맡으면서, 다른 고객사 물량을 소화할 여력이 없어지고 있다. 퀄컴은 4나노 공정의 스냅드래곤8 1세대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겼고, AMD도 삼성전자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TSMC와 함께 5나노 미만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업체인 삼성전자엔 호재가 될 수 있다. 팹리스 업체들은 벌써부터 3나노 공정을 맡아줄 파운드리 업체를 물색하고 있는데, TSMC는 인텔과 애플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양산을 선언하자 퀄컴, AMD 등은 삼성전자로 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라도 팹리스 업체들은 ‘멀티 파운드리’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삼성전자가 수율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향후 시장 흐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BM과 삼성전자는 뉴욕 올버니 나노테크 연구단지에서 VRFET 신기술을 공공 개발했다. IBM 제공

삼성전자는 구글과 협력해 ‘구글 텐서’ 칩셋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IBM과 함께 새로운 반도체 디자인기술인 브이티펫(VTFET)을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우군을 계속 늘려가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연일 TSMC를 저격하던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대만 출장길에 올라 TSMC와 생산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자로 TSMC를 견제하고 있지만, 3나노 공정 생산 확보를 위해 TSMC와 손을 잡는다는 것이다.

올해 초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IDM 2.0 전략을 발표하며 2024년 2나노 공정 양산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현재 인텔의 초미세공정 수준은 TSMC나 삼성전자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인텔은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TSMC에 맡길 계획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 인텔 제공

당장은 남의 손을 빌려 제품을 생산하면서 목표한 시기에는 이들을 넘어서겠다는 게 인텔의 셈법이다. 특히 인텔은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생산 보조금을 삼성전자나 TSMC에서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TSMC, 삼성전자, 인텔이 모두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특별한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