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등을 비교적 사실대로 설명한 역사 교과서가 내년 일본 고교 수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될 전망이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이 집계한 일본 고등학교 2022학년도 교과서 수요 결과를 보면 역사총합 과목에 야마카와 출판사가 만든 ‘역사총합 근대로부터 현대로’가 점유율 21.2%로 가장 많았다.
야마카와 출판사의 교재는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에 대해 일본의 다른 교과서에 비해 비교적 명확하게 기술한 것으로 평가된다. ‘역사총합 근대로부터 현대로’에도 위안부 등에 대해 “각지의 전장에 위안소가 설치돼 일본이나 조선, 대만, 점령지의 여성이 위안부로 모집됐다. 강제되거나 속아서 연행된 예도 있다”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기술했다.
야마카와 출판사의 다른 교과서들도 점유율 면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현대의 역사총합 보다·해독하다·생각하다’가 점유율 13.9%로 3위였고, ‘우리들의 역사, 일본으로부터 세계로’도 6.6%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역사총합 과목에서 야마카와가 3개 교과서 합계 41.7%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학생과 교사 등 약 33만명이 내년 역사 수업에서 야마카와 교과서를 사용하게 된다.
역사 교과서 전문가 다카시마 노부요시 류큐대 명예교수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건전한 일”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나머지는 교원이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 교과서에 실린) 기술을 교실에서 얼마나 제대로 다루는지에 달려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우익성향 교과서인 메이세이샤의 ‘우리들의 역사총합’은 점유율 0.5%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해당 교과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을 심판한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제국은 현재의 시국을 타개하고 자존자위를 완수하기 위해 단호하게 일어선다”는 도조 히데키(1884~1948) 전 일본 총리 연설을 아무런 비판 없이 실었다. 도조 히데키는 도쿄재판에 따라 교수형 당한 A급 전범이다.
우익단체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구성원이 쓴 지유사의 중학교 사회(역사적 분야) 교과서도 일선 학교에서 외면당했다. 이 교과서는 지난해 검정에서 탈락한 바 있다. 재도전해 올해 3월 검정을 통과했지만, 교과서 수요는 500부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112만부인 전체 교과서 수요 가운데 지유샤 교과서 수요는 435부(점유율 0.0%)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