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폐교 은혜초, 2심도 패소… “학생당 300만원 지급”

입력 2021-12-19 14:59
은혜초등학교 전경. 연합뉴스

서울 은혜초등학교의 재학생과 학부모들이 ‘학생 수 감소’와 ‘재정 적자’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폐교를 강행한 학교법인과 이사장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설범식 이준영 박원철)는 은혜초 학생과 학부모 등 182명이 은혜학원과 이사장 김모(61)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하고 은혜학원과 이사장이 학생 1인당 300만원, 학부모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앞서 은혜초 학교법인은 2017년 12월 이사회에서 재정이 악화됐다며 폐교를 의결하고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에 폐교 인가신청을 했다.

학교 측은 교육지원청의 승인이 나오기도 전에 학부모들에게 ‘학교 재정적자가 누적됐고 서울시교육청의 폐교 권고로 정상적인 학교운영이 불가능하다’면서 2018년 2월부로 폐교를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이후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학교 측에 정상운영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새 학기 담임교사 배정 등 학사행정을 진행하지 않았고 결국 학교는 예정대로 2018년 3월 폐교됐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기습적인 폐교 통보로 학습권·교육권이 침해당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학교 법인과 이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이사장 김씨는 학교 구성원들과의 의견 수렴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폐교를 결정해 통보했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고려한 적절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씨와 학교법인은 “사립학교 학교법인은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어 권한이 제한돼 폐교 결정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원인도 제공하지 않았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은 “사립학교법상 여러 제한이 있지만, 학교법인 이사장이 학교법인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권한이 제한돼 폐교 결정에 책임이 없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학생들의 전학과정은 일방적인 폐교 결정 통보로 이뤄졌고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적절한 대책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학생들이 의사와 무관하게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는 점을 볼 때 폐교·전학 과정에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사장 김씨는 초중등교육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올해 9월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