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이사람!] ‘숨겨져 있던 의인’ 하은호 순복음엘림교회 집사

입력 2021-12-19 09:40

군포 순복음엘림교회(민장기 목사)의 하은호 집사는 과거 ‘시민 영웅’ ‘진정한 의인’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두 번 씩이나 이웃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놨다. 이를 지난 12일 경기도 군포 본 교회에서 하 집사를 만나 들을 수 있었다.

1977년 그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다. 당시 안양에 큰 물난리가 발생했다. 7월 8일 금요일 저녁부터 네 시간 반 동안 430㎜의 비가 왔다. 안양 시내는 거의 침수되고 교통과 통신은 마비됐다.

하 집사도 그 난리 통에 있었다. 학교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버스에 올랐는데 안양천이 넘치면서 그 버스도 침수됐다. 빗물이 무릎까지 찼고 버스가 떠내려 갈 판이었다고 했다. 만약 그렇게 됐으면 다 죽었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다.

그때 한 동네 주민이 밧줄을 차 안으로 던졌다. 사람들은 그 밧줄의 한쪽을 버스에, 다른 한쪽을 전봇대에 묶었다. 하지만 물살을 이겨낼 것 같지 않았다. 금방 끊어질 것 같았다. 버스 승객으로 있던 하 집사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주변에서 학생은 나서지 말라 했는데 그는 버스 밖으로 나가 다른 밧줄을 또 가져왔다. 그리고 버스 안 30여 명의 사람들을 구출했다. 이는 당시 학교에 알려져 교장에게 큰 칭찬을 들었다.

대학 때는 아이를 구하겠다고 불 속에 뛰어들었다. 1989년 군 제대하고 얼마 안 있어서였다. 동네 연립주택에 불이 났다. 하 집사도 처음에는 불구경 삼아 사건 현장으로 갔다. 그런데 불 속에 아이가 있다는 비명이 들렸다. 불길도 불길이지만 연기가 너무 심해 사실 소방관도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 집사는 당시 아이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생각할 새도 주변에서 집히는 수건으로 입을 막고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이는 없었고 한참을 헤매다 나와 보니 아이는 이미 탈출한 상황이었다. 하 집사는 “지금 생각해보면 젊은 혈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 하나님이 나를 돕는다는 확신 때문이었다”고 했다.

하 집사는 자신은 아이같은 신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간증할 때면 늘 하는 이야기인데 저는 5세 때부터 형보다 키를 더 크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동생이니까 늘 형 옷을 물려 입었거든요. 그런데 실제 초등학교 3학년부터 형보다 키가 컸어요.”

그는 현재 180cm다. 너무 크면 안 될 것 같아서 180까지만 크게 해달라고 기도했더니 이것까지 들어주시더라고 말했다.

하 집사는 지금 정치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군포시당원협의회 위원장이다. 이것도 하나님의 계획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업을 했다. 직장을 다니다가 91년에 개인 사업을 시작했고 IMF 때 부도가 났다. 2003년에 재기했고 사업이 아주 잘 됐다. 종합건설업을 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2005년 2월에 겨울, 고등학교 동기로 제일 친한 친구이자 내과 의사가 그의 종합검진 결과를 보고 시한부 인생을 선언했다. “그 친구가 깜짝 놀라면서 간에 혹 5개 있는데 당장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어요. 큰 병원에서는 조직검사를 할 필요도 없다면서 6개월 넘기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하 집사는 하던 사업을 접고 요양이라도 할 참으로 친구가 있는 중국 상해로 갔다. 가서 처음에는 하나님을 원망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나님 내가 뭐를 그렇게 잘못 했냐고 따지고 또 따졌지요.”

그렇게 6개월이 지났는데 그는 멀쩡했다.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검사했더니 물혹 같다는 진단이 나왔다. 크기도 작아지고 있었다. 중국에서 1년여를 지내고 한국에 돌아와 인하대 행정학과 초빙교수로 일하다 정치에 입문했다. 하 집사는 이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계획이었다고 확신했다.

“전공이 도시행정학이니까 지역을 위해 봉사하면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당에 입당하고 포럼도 열고 강의도 많이 하고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했어요. 그러면서 이 정치가 제게 사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그는 2009년 안양 군포 의왕 등 3개 시 통합 추진위원장을 맡았고 2014년엔 군포시장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요즘 그는 산본, 일산 등 1기 신도시 특별법 추진위원장을 맡아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추진위는 10월 29일 출범했다. 그는 “주택 공급으로 집값이 폭등한다며 정부가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1기 신도시를 쉽게 재개발, 재건축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1기 신도시 용적률을 100% 올리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만 해도 새로운 땅을 확보하지 않고 20만 호를 늘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자원 낭비도 줄이고 과도한 주택 공급으로 인한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1기 신도시 특별법 추진을 하나님이 맡겨주신 사명으로 알고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이 나라, 좁게는 내가 사는 지역을 잘 다스려 하나님께 영광이 되도록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코너소개] 개 교회의 제보를 통해 교회의 특별한 성도를 다룹니다. 소소한 것 같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성도들을 많이 제보 부탁드립니다.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